하나 154%로 최고…신한·국민 110% 이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 완화를 골자로 한 외화건전성 제도 조정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다만 외화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커진 만큼 한시적으로 부여된 이번 조치에 여전히 불안해하는 반응도 나왔다. 아직 조달한 외화 중에서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별 만기 관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은행의 외화 LCR 비율을 현행 80%에서 70%로 10%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적용 기간은 5월까지만이다.

LCR은 은행이 금융위기와 같이 유동성 확보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주식과 채권·외환시장 전반의 위험이 은행으로 전이돼 한순간에 신용경색이 올 경우 은행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의 흐름을 보여준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을 향후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으로 나눠 구한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 은행은 최대한 고유동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원화의 경우 유동성 자산이 순현금 유출액 대비 100%, 외화는 80%를 넘도록 지도하고 있다.

정부는 '달러 가뭄'을 걱정하는 은행을 위해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 규제 하에 묶어둬야 하는 외화 자산을 좀 더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준 셈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외화 LCR은 128.3%다.

개별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154%로 시중은행 중 가장 여유롭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탄생해 외화 예수금 등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덕이다. 이번 조치로 하나은행은 약 80%P 이상의 버퍼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의 외화LCR은 110% 안팎이다. 5월까지는 최대 40%P의 여유가 생겼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정부가 규제 비율을 낮추고 외화 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한 것은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조치였다"며 "유동성 관리에 숨통이 트인 것은 맞다. 다만, 규제 비율 완화가 한시적인 조치라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은 일일 외화유동성 점검을 통해 외화자산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며 외화 차입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다행히 차환 자체에 문제가 생긴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늘어난 비용만큼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최근 외화자금의 만기별 조달 비중을 재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전체 외화자산의 절반가량은 1~3년 사이 만기에 집중돼 있지만, 이를 분산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이 은행 임원은 "외화자산의 롤오버가 겹치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만기별 비중에 대한 재점검을 지시한 것"이라며 "차환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여전히 불안하다. 최악의 경우를 고려한 스테이지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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