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100일간의 치열한 전투 결과가 27일 판가름난다.

지키려는 조원태 회장 측과 빼앗으려는 '反 조원태 연합'이 벌여온 싸움은 일단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데다, 반도건설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게 조 회장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양측이 제시한 이사선임 및 정관변경 안건 등에 대해 표대결에 들어간다.

팽팽한 긴장이 지속되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승기를 완전히 굳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IS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 입장을 내면서 조원태 체제를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KCGS와 ISS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은 승부를 가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주총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 3자 주주연합이 제기한 의결권 지분 관련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정적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대한항공 사우회·자가보험이 보유한 3.8%의 의결권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인 반면, 반도건설이 보유한 의결권은 5%로 제한돼 양 측의 의결권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특수관계인(22.45%)과 '백기사'인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79%), GS칼텍스·한일시멘트(0.70%) 등 이미 37%에 달하는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전날 막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2.90%)이 일부 위원의 이견에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리면서 우호지분은 4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조원태 체제' 허물기에 나선 3자 주주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5.00%) 등 총 28.78%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2.21%)의 지원이 있더라도 31%가 채 되지 않는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한진칼이 추천한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표대결도 다뤄진다.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별도로 다룬다.

한진칼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인사는 김석동 전 금융위위원장과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 등 5명이다.

3자 주주연합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9%포인트(p)에 이르는 양 측의 지분율 격차를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3자 주주연합이 장기전에 대비해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