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신용정보원장은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했다. 그의 선생님은 직원들로부터 추천받은 책과 유튜브 정도다. 그 덕에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Python)'도 다룰 줄 알게 됐다.

지난해 3월 신용정보원 수장이 된 신 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이다.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 그리고 세계은행까지 거친 베테랑 경제관료지만, 새로 몸담게 된 이곳에선 랜선 상의 디지털 전문지식이 필요했다.

그간 직원을 '코딩 전문가'로 육성하겠다는 금융회사 경영진은 많았지만, 직접 배우는 경우는 드물었다. 데이터 관련 소양을 위해 일회성 교육을 받긴 했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전문적으로 배우긴 쉽지 않았다.

신 원장의 독학은 직원들을 움직였다. 그가 취임한 뒤 신용정보원 직원의 직무연수 참여율은 두 배로 늘었다. 52시간 근무제로 저녁 있는 일상을 갖게 된 직원들은 대학원과 학원을 찾는가 하면, 독학으로 무언가를 배웠다. 신용정보원은 이런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국내 첫 마이데이터 관련 논문으로 박사가 된 주인공이 신용정보원에서 나왔다. 백한종 빅데이터센터 팀장은 '금융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수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기술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체 정보와 머신러닝 방법론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 연구'를 논문 주제로 선택했다. 이렇게 박사 학위를 딴 직원만 지난 학기 3명이다.

올해 1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는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정보를 제3자가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신용정보원의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신력 있는 금융데이터를 유통해 개인의 신용생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 신용평가 이외에도 신용정보원 직원들이 연구하고 싶어하는 주제는 깊고 다양하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업무를 하면서 공부를 하면 성과가 더 높다는 이야기를 평소 많이 하신다"며 "CEO가 공부하니 직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 배우려는 직원들을 무조건 지원하라는 게 신 원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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