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미국 주요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및 신용등급 변화 추이와 추락천사 후보군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연합인포맥스의 콘텐츠가 추가됐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신용평가사의실시간 데이터가집중 활용됐습니다. CDS-신용등급 매트릭스 화면(2490번)에선 지역과 국가, 업종, 투자등급별로 신용도가 부여된 모든 개별 기업의 신용도와 CDS 프리미엄을 비교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크레딧 차트 화면(2494번)에선 기업의 특정 기간 CDS 프리미엄과 신용평가사별 평정 추이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별로 2485번, 기업·은행별로 2486번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제조업의 척추와 같은 항공·자동차 산업에서 이른바 '추락천사' 현상이 연쇄 발생함에 따라 신용 위기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추락천사는 투자적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신용 등급으로는 한두단 단계 내려갔을 뿐이지만 그 대가는 상당하다.

추락천사 기업은 투기등급군으로 분류되면서 조달 금리가 올라갈 뿐 아니라 투자적격 채권만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회사채 가격이 불안정해진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책으로 회사채 매입 계획도 발표했으나 매입 대상은 투자적격등급으로 국한된다. 코로나 사태로 재무구조가 악화해 정크로 밀린 기업은 위기 때 연준의 유동성 지원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과 자동차회사 포드는 이번 주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추락천사군에 합류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5일 델타항공의 장기 발행자 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낮췄다. 'BBB-'는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였고 'BB'는 투기 등급이다.

S&P는 또 26일에는 포드의 신용등급도 정크 단계로 떨어트렸다. 장기 발행자 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이미 작년 9월 포드의 신용을 정크 단계로 내렸다.

S&P는 "포드의 신용 지표와 경쟁적 포지션이 코로나19 창궐 이전부터 투자등급의 경계선에 있었다"며 "수요 침체로 필요한 성과지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회사의 추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포드의 CDS 프리미엄은 등급 강등 전인 이번 주 초 사상 최대치인 1천458bp까지 치솟았다. 포드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방어하기 위한 수수료가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이다.

델타항공의 CDS 프리미엄 또한 신용등급이 강등된 날 679bp까지 기록하며 지난 한 달간 가파르게 치솟았다.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 침투하기 전 델타항공의 CDS 프리미엄은 80bp 수준에 불과했다.



◇ '투자적격 턱걸이' 속출

다이아몬드힐캐피털매니지먼트의 빌 족스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CDS 프리미엄이 1천bp를 넘어서면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가 반영된 것이라며 신용 위험이 큰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26일 연합인포맥스의 글로벌 크레딧 차트(화면번호 2494번)에 따르면 미국 투자적격 기업 중 CDS 프리미엄이 1천bp를 넘어서는 기업은 포드뿐이다. 포드는 이제 정크로 분류되는 만큼 미국 투자적격 기업 중 CDS 프리미엄이 1천bp를 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CDS 프리미엄이 1천bp에 육박하거나 단기간 급등하며 추락천사 우려가 제기되는 기업은 여러 곳 눈에 띈다.

소비재 업종에선 제너럴모터스(GM)의 CDS 프리미엄 증가세가 가파르다. 2월 말 100bp 수준이던 프리미엄은 이번 주 692bp까지 급등했다.

GM은 코로나19로 자동차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리볼빙 방식의 한도 대출(Revolving Credit Facility)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GM의 신용 등급은 S&P 기준 정크에서 두 단계 위인 'BBB'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항공기업체 보잉과 항공 엔진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의 CDS 프리미엄도 각각 700bp와 400bp 수준까지 급등했다. 보잉 또한 피치와 S&P로부터 신용 등급이 'A-'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됐다.





※ 보잉·GE·GM CDS 추이



코로나 여파가 큰 소매 부문의 주요 업체도 회사채 부도 우려가 커졌다. 특히 사회적 격리가 강해지면서 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체인점과 호텔 및 여행업체들의 CDS 프리미엄 증가세가 컸다.

미국 백화점·쇼핑몰 운영업체 노드스트롬과 콜스의 CDS 프리미엄은 이번 주 500bp 안팎까지 치솟으며 한 달간 다섯 배 가까이 뛰었다.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하얏트호텔 코퍼레이션도 300bp 넘게 뛰었고 여행업체 익스피디아 또한 452bp까지 뛰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코로나 사태로 사업 전망이 악화한 기업은 전반적으로 3~5%포인트 이상 CDS 프리미엄이 뛴 셈이다.

이 중 노드스트롬과 콜스는 이번 달 신용등급이 'BBB-'까지 내려가며 투자적격 수준에 턱걸이했다. 익스피디아는 피치로부터 'BBB-'로 강등됐다.





※ 미국 소비자 서비스 업종 주요 기업 CDS 추이



코로나 충격에다 유가 폭락까지 이중고를 겪는 에너지 업계도 디폴트 공포가 빠르게 반영되며 신용 불안을 드러냈다.

미국 에너지 기업 중 헤스 코퍼레이션과 데번 에너지 코퍼레이션이 600bp 넘게 뛰며 불안감을 가장 크게 반영했고 자원개발 지원업체 핼리버튼과 셰일 석유업체 플레인스올아메리칸도 400bp 이상의 CDS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정유업체 마라톤도 프리미엄이 300bp를 넘었다.

데번은 지난해 12월 S&P로부터 신용 등급이 'BBB-'까지 하향됐다. 헤스는 줄곧 'BBB-'에 놓인 상태다. 또 다른 대형 에너지기업 옥시덴탈 정유는 이번 주 이미 추락천사가 돼버렸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투자적격 등급에 턱걸이한 이들 기업은 다음 추락천사가 될 확률이 상당히 커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석유와 가스, 항공, 식음료, 카지노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분야의 기업 신용을 하나씩 재검토하겠다고 이미 경고하고 나섰다.





※ 미국 에너지 업종 주요 기업 CDS 추이



◇ 추락천사, 최대 1조달러 규모 전망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CDS 프리미엄이 튈 뿐 아니라 CDS 거래량도 급증했다. 특히 항공·여행 업체의 CDS 거래량은 가파르게 늘었는데 이들 기업의 디폴트 공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26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CDS 지수의 일일 거래량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평소와 비교해 3~4배나 급증했다.

IHS의 가반 놀란 디렉터는 "지난 몇 주 사이 CDS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기관들은 신용 위험을 헤지하고 싶어하는데 CDS 지수들은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헤지하기에 실용성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디폴트에 직면한 회사채 규모는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UBS의 매튜 미시 신용 전략 총괄은 8조 규모 회사채 시장의 약 13%에 해당하는 1조달러 회사채가 부실에 처하면서 디폴트에 빠지거나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올해 최대 1천400억달러 규모의 투자적격 회사채가 정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한발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는 채권 규모를 1조달러까지 추산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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