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규모 정책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잔뜩 얼어붙었던 크레디트물 투자심리가 점차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목별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시장참가자들은 은행채를 중심으로 우량한 크레디트물에는 수요가 되살아나는 모습이 보이지만 크레디트물 시장 전반에 온기가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확인된 만큼 크레디트물 내 양극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2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2년~3년 만기 은행채는 민평 대비 마이너스(-)1bp에서 +1bp 수준으로 거래됐다. 이는 전전일 +8bp에서 +9bp 사이에서 거래된 것에 비하면 강한 수준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은행채가 강해진 느낌"이라며 "적극적으로 크레디트물을 매수하려는 건 아니지만 -5원 거래가 -2원 거래로 나아지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연이은 당국과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이 더해지면서 채권 투자 심리가 유동성 불안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는 채권 중에서도 유동성이 떨어지는 크레디트물에 대한 수요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점차 높은 등급의 크레디트물 위주로 수요가 붙기 시작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정부 정책은 아래에서부터 신용도 부실이 상위 등급으로 올라오는 걸 차단하는 방향이었다"며 "하위 크레디트물의 심리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전일) 특별 은행채가 언더에 매수세가 굉장히 활발했다. 크레디트물 안정의 시발점으로 본다"며 "4월초 채안펀드 가동과 자금이 풀리면 은행채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채를 비롯한 상위 등급 크레디트물을 향한 정책적 지원도 반등세를 지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는 통화 정책과 한은의 유동성 공급 등 수급 측면에 민감하다"며 "반면 여전채나 회사채는 펀더멘털 이슈에 민감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전일에는) 1년 시중은행채가 민평금리에 소화되고 3년물에도 매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LCR 이슈가 있어 고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타 은행채의 매수 유인이 적었다"며 "은행채가 한은 적격담보대출 대상이 된다면 담보로 넣기에 유리한 측면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출할 때 필요로 하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공공기관 발행 채권과 은행채를 추가한 바 있다.

한편 금융시장 불안의 근원으로 꼽히는 코로나19가 현재 진행중인 가운데 항공업 등 국내 기업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크레디트물 반등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도 후유증이 누적되면서 2011년~2012년까지 크레디트물 양극화가 나타난 바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민평3사 평균 국고채 3년물(적), 'AA+' 은행채(녹), 'AA-' 회사채(흑) 금리>

김상훈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지 2분기에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채와 여전채까지 온기가 도달하기까지 4~5월은 긴장감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채안펀드가 집행되면 여전채도 진정세를 보일 것 같은데 아직 실거래에서는 그렇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다시 흔들리면 ELS 증거금 납입 문제 등이 생기는 만큼 문제가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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