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이뤄진 '반(反) 조원태 연합군'이 주총 이후를 대비해 장기전 모드에 돌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3자 주주연합은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의결권 제한 관련 가처분 소송에서도 패소하자 경영권 확보의 가장 확실한 방법인 지분율 확대를 도모하며 이미 향후 임시 주총에 대비에 나섰다.

27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3자 주주연합은 반도건설을 주축으로 추가 지분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기준으로 8.2%의 지분을 보유했던 반도건설은 올해 2월까지 지분율을 13.30%까지 늘리더니, 이달 들어서는 이를 16.90%까지 확대했다.

이는 단일 2대 주주였던 델타항공의 지분율인 14.9%를 넘어선 수치다.

반도건설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힘입어 3자 주주연합이 보유 지분율 또한 42.13%까지 늘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양 측의 확고한 지분만 합산할 경우 3자 주주연합은 일단 조원태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측은 일단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22.45%)과 델타항공(14.9%),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8%) 등 총 41.15%의 우호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율의 외형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이 확실한 지원을 위해 한진그룹 특수관계인 지분인 22.45% 직전인 22%까지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델타항공의 지분에서 7%포인트(p)가량을 더 늘릴 경우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도 48.15% 수준에 달하는 만큼, 과반에 달하는 지분 확보로 분쟁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델타항공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위기를 겪고 있어 추가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자 주주연합은 델타항공 측에 블록딜로 지분을 넘기라고 제안하는 등 자금력 과시를 통해 조원태 회장을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 상황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또 다른 '백기사'로 알려진 카카오 또한 2%에 육박했던 한진칼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지원사격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또 다른 '백기사'를 구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의 경우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인 KCGI 또한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3자 주주연합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온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주주총회 이후에도 끝까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매진하겠다"며 장기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3자 주주연합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나 앞으로 있을 주총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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