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제 유가 급락과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신흥국들의 달러화 표시 채권이 대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놓이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주간 코로나 사태와 유가 폭락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잇달아 돈을 빼면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의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다고 30일 보도했다.

2025년 11월 만기인 앙골라의 달러화 국채금리는 3월 초 7% 이하에서 지난 27일까지 30%까지 뛰었다. 2022년 6월 만기인 나이지리아 국채금리 또한 같은 기간 4%에서 12%까지 상승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에 따르면 현재 신흥시장 18개국의 달러화 국채는 미국 국채 대비 10%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은 부실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신흥국 간 국채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이 정도로 벌어졌을 때 디폴트가 반드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디폴트를 예고한 경우는 많다.

CE의 에드워드 글로소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연쇄 국채 디폴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소프는 이미 막대한 경기 부양 및 의료 비용으로 부담이 큰 신흥국들은 자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으려 할 경우 강력한 국내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E가 꼽은 가장 위험한 신흥국은 잠비아와 앙골라, 나이지리아, 가나 등이며 에콰도르는 이미 부채를 재구조화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레바논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채무불이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신흥시장은 지난해 총 1천226억달러 규모로 달러화 국채를 발행했다. 2009년과 비교하면 633억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약 240억달러어치의 국채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지난 19일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무장관 협의체는 올해 총 44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공공부채에 대한 이자를 포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1천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검토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며칠 후 잠비아와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채권 원리금 지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WSJ은 "이들 취약한 신흥국은 대부분의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면서도 "신흥국 국채가 연쇄 디폴트에 빠질 경우 일부 해외 투자자는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센츄리인베스트먼트의 애델락 아드리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국가들이 하나씩 디폴트에 처하면 신흥시장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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