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의 급한 불을 끈 두산중공업이 30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과 노조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열린 주총에서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국책은행의 신속한 지원 결정에 감사를 표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노조는 현금 창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주총 내내 노조는 날선 질문과 함께 경영진의 답변에 반박하고, 경영진은 재반박하는 등 양측간 긴장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주총 1호 안건이었던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처리할 때는 일부 주주들도 가세했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에 한 주주는 "복잡하게 얘기하지 말고 실적이 감소한 이유가 탈원전 탓인지 간단히 말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세계 발전시장 자체가 침체돼 있는 데다, 정부의 정책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라 대응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못해 작년까지 실적이 줄었다"며 "현재 에너지전환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스터빈을 기반으로 한 국내시장과 해외 원전시장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코와 핀란드 등의 원전이 조만간 가시화되면 영업실적이 지금보다도 좋은 쪽으로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노조가 최 대표를 향해 공세적인 질문을 쏟아내자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 지회장은 "산은 등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더 잘못됐을 경우 더 큰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본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최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멈추면서 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의 만기도래 채권 등의 리볼빙 이슈가 생겼다"며 "1조원이 한꺼번에 지급되는 것은 아니고 마이너스 통장 형태이기 때문에 수시로 채권단과 협의해 필요한 곳에 자금을 쓰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금 활용은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등을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 방안이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지원을 해줘야겠다는 것 외에 추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며 확정이 되면 신속히 공지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건설의 포괄적 주식 교환과 두산메카텍 현물출자 등에 나서 자본이 증가했다"며 "추가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채권단 협의와 공시 이슈가 있어서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빠른 시일 내에 1조원을 갚아야 두산중공업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할 계획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너무 장기적인 얘기다", "카드 돌려막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단기적으로 갚아야 할 채무를 위한 구체적인 영업활동에 대해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결국 여기있는 돈을 활용해 저쪽 채무를 갚겠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정부 지원금 1조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와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될 경우 매출이 나올 수 있는 지 등을 알려달라"고 질타를 이어갔다.

이에 최 대표는 "단기적으로 신재생에 맞춰 풍력기술에 대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정부의 건설계획이 구체화되는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별도로 해외원전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안면도 태양광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카드 돌려막기'라고 했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며 "영업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자구안으로 직원 구조조정을 가져가려는 것은 아닌 지는 직원들이 가장 의심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이런 우려가 해소돼야 하는데 의장은 남의 회사를 말하는 것 같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최 대표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자 노조 측은 "산은에서 오신 분은 없냐"고도 했다.

이어 노조 측은 "제가 보기에는 빚을 갚기 위한 분위기가 아니다"며 "어차피 두산중공업은 국책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영업이익도 대부분 정부의 결정에 따라 결정되는데 산은 등에서도 전제를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주주들의 의견 공감한다"며 "다만, 경영진들도 구조조정만으로는 1조원을 갚을 수 없다고 보고 영업에도 최선을 다하고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몸집을 줄이고 고정비 줄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이런 모든 게 다 이뤄져야 회사 정상화가 가능한 만큼 당분간은 우리도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5호 안건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논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한 주주는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은 경영진의 문제다"고 지적한 뒤 "그런데도 경영진들은 현장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주주는 "2000년부터 임금현황을 봤더니 경영진 임금현황은 2000년에 현장직 두 배였지만, 지금은 8배가 넘는다"며 "그러면서 현장은 복지축소와 임금삭감에 나서고, 경영진의 보수는 80억원 한도에 25억원을 받아가는 것은 모순이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제기된 공기업 전환에 대한 우려와 관련된 질문에는 "공기업화는 사실 전혀 검토한 바도 없고 논의의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자본금 확대 등의 정관변경 안건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이 대부분 원안대로 의결됐다.

다만, 남익현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통과됐지만,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1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