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9일(현지시각)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치료제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 사용을 허가하면서 이들 제품이 코로나 사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클로로퀸은 지난 1934년 독일 바이엘사가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같은 계열의 약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FDA 승인 절차를 거쳤다며 "우리는 처방전에 따라 그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나는 그것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클로로퀸은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클로로퀸은 부작용이 적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도 등재돼 있다. WHO 필수 의약품 목록은 의료제도에 필수적인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을 추린 것이다.

클로로퀸이 코로나 사태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이유는 중국 정부가 그 효과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립 생명과학개발국은 수천개의 약물 중 클로로퀸이 중국 내 10개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환자들에게 투약한 결과 효과를 봤다고 이달 발표한 바 있다. 클로로퀸 처방을 받은 환자는 다른 환자군과 비교해 열이 더 빨리 떨어지고 폐 CT 영상에서 폐렴 증상이 개선됐으며 회복시간도 빨랐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또한 코로나19 확진자에 후천성면역결핌증(AIDS·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클로로퀸을 함께 처방하는 방식을 써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도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클로로퀸 투여를 잠정 허용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미국으로선 한국과 중국,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 클로로퀸의 긴급 사용을 허가할 근거는 마련한 셈이다.

다만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게 미국 의료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 전문가는 임상시험으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인지 검증될 때까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도 클로로퀸 복용 대상은 중증환자로 국한하고 엄격한 관리 하에서만 쓰도록 규제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 쓰여서는 안 된다며 또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는 렘데비시르와 마찬가지로 클로로퀸 또한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널리 쓰이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보건당국으로부터 용도 확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콧 가틀리브 전 FDA 국장은 지난 21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초기 임상시험에서 아주 고무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효과가 확실한 약은 없다"고 지적했다.

FDA는 특정 의약품의 잠재적인 효과가 잠재적인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사용승인(EUA)을 내줄 수 있다. FDA가 클로로퀸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것은 위험이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다급한 상황인 만큼 잠재적 위험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