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이 종합합유선 방송사업자 현대HCN 매각을 결정한 것은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유통업계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동하는 등 환경변화에서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부문을 매각한 것은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한섬,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한화L&C 등을 인수하면서 기존 유통사업 중심이었던 사업 영역을 식품 제조, 패션, 가구로 확장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2018년에는 면세점 사업에도 진출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그러나 올해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면서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보수적으로 평가받던 현대백화점그룹에서 혁신, 비상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그간 유통업계의 크고 작은 변화에도 큰 동요가 없었지만 이번은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2조1천99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천922억 원으로 18% 감소했다.

면세 사업 확장으로 올해도 추가 투자금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아울렛·면세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 회장은 올해 수익성 강화를 전력화할 원년으로 보고, 현대HCN을 시작으로 사업 재분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롯데 등 경쟁회사들처럼 당장 점포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 등을 논의하기보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재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HCN 매각은 유료방송 시장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지난해부터 IPTV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케이블TV업체는 몸값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유료방송시장 주도권을 IPTV에 뺏기게 되자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지출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HCN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13% 감소했다. 2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4%까지 하락했다.

올 초 각 계열사가 성장전략을 다시 짜고 그룹차원에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케이블TV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보유 현금에 현대HCN 매각 성사 시 추가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그룹 미래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신사업이나 대형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존의 사업 영역을 넘어선 M&A 매물도 성장성이 있을 경우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현대HCN의 매각가를 5천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측은 최소 7천억~8천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블TV 가입자당 가치도 떨어지고 있어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면서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 재조정에 들어가면서 앞으로도 추가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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