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급격한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하면서 큰 폭 하락했다.

3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42달러(6.6%) 폭락한 20.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WTI는 장중 한때 19.27달러까지 폭락하는 등 위태로운 장세를 이어갔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와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 여파를 주시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각종 봉쇄 조치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공포가 유가를 계속해서 끌어 내리고 있다.

IHS 마킷의 댄 예르긴 부회장이 4월 원유 수요가 하루평균 2천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가 폭락했지만, 수요도 대폭 줄어든 데다 정유사 및 국가의 원유 저장 설비도 거의 채워지고 있어 유가를 끌어 올릴만한 매수세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증산 경쟁에 대한 공포도 여전하다.

양국은 4월부터 산유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를 하고 에너지 시장 문제 관련해서도 논의했다.

양국은 정상 간 통화가 종료된 이후 에너지 문제도 논의했다는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양국이 장관급에서 에너지 문제 관련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다른 8명의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사우디 대사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고 밝혔다.

크루즈 의원은 사우디가 이런 '경제 전쟁'을 지속할 경우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고려하고 있는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이 지속해서 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갈등의 해법에 대한 실마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따라 유가의 하락 압력도 진정되지 못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존 프리먼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해서 글로벌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2분기에는 글로벌 원유 저장 여력도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으며, 원유가 배럴당 10달러라는 한계치를 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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