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이번 달 국채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서 올해 장단기 스프레드 기조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 기준금리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고려하면 관성적인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 베팅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종합(화면번호 4511)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46.4bp를 기록했다. 이달 초 24.4bp와 대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 2019년 이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



같은 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응해 1차 추경(11조7000억원)에 이어 7조1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이미 올해 국고채 발행량 급증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 계획이 더해진다면 채권시장에는 수급 부담에 따른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술적인 스프레드 축소 움직임이야 가능하겠지만 작년과 같은 관성적인 스프레드 축소 베팅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재정 확대로 발행량 자체가 변곡점을 맞았다"며 "작년 말을 기점으로 추세적인 플래트닝 기조는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통상 국고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시장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요 주체가 제한적인 장기물 금리의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난다.

작년 말 국고 3년과 10년물 스프레드는 연중 최대치인 32.3bp를 기록한 뒤에 점차 확대하는 추세를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건 커브 스티프닝 재료"라며 "하루에만 커브가 5bp씩 움직이는 등 변동성이 크지만 단기적으로 스프레드가 40bp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장기 금리 하락을 제한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 전격 인하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작년에 비해 스프레드 레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물량 부담도 있지만 이미 금리 인하를 결정한 점을 생각하면 스티프닝"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장기 금리 하락과 정부의 장기물 발행 비중 조정 가능성은 커브 플래트닝 요소로 꼽혔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이르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펀더멘털 부진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면서 장단기 스프레드는 좁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달 중순을 넘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면 미국 등에서 리세션(경기침체) 우려로 장단기 커브 역전이 나타나면서 커브 플래트닝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작년부터 스프레드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면 플래트닝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전향적으로 장기물 발행 비중을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커브가 지나치게 가팔라지면 해외자금 유치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외화 안정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발행은 늘어나겠지만 만약 정부가 국고 발행에서 장기채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단기채 매입이나 단기 유동성 정책이 보조하면서 스티프닝 압력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