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트레이딩 관련 전화 내용 기록해야

오류·조작 위험 커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코로나19로 재택에 돌입한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종이와 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맞부닥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모든 거래 관련 전화를 기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월가 트레이더들이 이를 종이와 펜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증권감독기구(ESMA)와 영국 금융감독청의 규제도 마찬가지라 전 세계 트레이더들이 같은 사정이다.

당국은 기업들에 모든 거래 관련 전화 대화를 녹음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녹음 기록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거래 조건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경우 증거로 사용된다.

전직 UBS 트레이더인 톰 헤이즈의 재판에서도 시장 금리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증거로 이러한 대화 녹음 기록이 사용됐다. 헤이즈는 결국 징역 11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작년 11월 미국 CFTC는 골드만삭스에 2014년 1월 초 20일간 특정 전화선에 대한 녹음 기록을 보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거래가 점차 전자 거래로 이뤄지고 있지만,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대규모 주식 블록 거래나 혹은 채권을 사고 팔 때, 혹은 투명한 프리이싱이 확보되지 않은 시장에서 거래를 해야 할 때에는 전화를 사용한다.

문제는 트레이더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일터가 후방으로 이동하거나 재택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당국의 규제가 시험에 놓였다는 점이다.

많은 트레이더의 사무실에는 외부 전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돌려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다.

런던에 소재한 클라우딩 업체 스마트넘버스는 사무실 밖에서도 트레이더들의 대화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은행들이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회사는 직원들의 유연한 근무로 3월 중순 이후 신규 고객이 40%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런던의 한 자산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많은 전화가 끊기거나 오작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럽 당국인 FCA와 ESMA도 이런 어려움을 인정했다.

FCA는 최근 기업들에 계속 전화 대화를 기록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SMA도 트레이더들이 임시 대안으로 전화 통화를 메모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경우다.

특히 수작업으로 전화 내용을 기록하는 경우는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미국의 한 대형은행은 이달 초 트레이더들이 기록해야 하는 목록을 일괄 정리해 배포했다. 여기에는 전화 시간과 날짜, 전화를 받은 장소, 고객의 이름, 전화 대화에 참여한 기업의 이름, 매수가와 매도가, 체결된 시점의 가격을 포함한 거래 내역 등이 모두 포함된다.

로펌 시몬스앤시몬스LLP의 리처드 심스 파트너는 당국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을 경우 "시장 지위 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고객들로부터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며 "책상 앞에 앉아 대화 내용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내부자거래나, 시장 조작, 공모 등에 나설 의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험은 고객들과의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노트에 기록한 것은 단편적이라 소송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수와 매도 규모를 잘못 이해한 경우 통상 트레이더들은 녹음 기록을 확인해 주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심스는 "손으로 쓴 노트는 당연히 녹음만큼 훌륭하지 않다"라며 "들은 것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거래 앱 등을 통해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모바일 앱을 통해 19일로 끝난 5거래일 평균 거래량이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간 거래량 대비 3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씨티의 알라 사에드 FX 전자 플랫폼 배포 담당 헤드는 이는 주로 헤지펀드 고객들의 거래분이라고 설명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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