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보험사가 지난달 원화 초장기 국채를 5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 같은 규모는 2012년 9월 이후 최대치다.

국고채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서 보험사가 초장기 국채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FX) 스와프포인트 급락 등으로 환헤지 여건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는 지난달 원화 초장기 국채 5조2천157억원을 순매수했다.

보험사는 지난달 31일에도 초장기 국채를 1조2천121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보험사는 국고채 30년물을 주로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국고채 30년물(국고 01500-5003) 경쟁입찰에서 2조9천억원이 가중평균금리 1.700%에 낙찰됐다.

지난달 보험사의 원화 국채 순매수액은 6조1천187억원을 나타냈다. 원화 국채 순매수에서 원화 초장기 국채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85.2%다.

지난달 보험사의 초장기 국채 순매수 규모는 2012년 9월 이후 최대치다. 2012년 9월은 국고채 30년물이 처음 발행된 달이다. 국고채 50년물은 2016년 10월에 최초로 발행됐고 2018년부터 정례 발행됐다.

보험사가 지난달 초장기 국채를 대거 사들인 것은 초장기물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초부터 31일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8bp 하락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8.5bp, 17.9bp 올랐다. 20년물, 30년물, 50년물 금리는 각각 25.6bp, 24.4bp, 24.4bp 상승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환매조건부증권(RP) 무제한 매입 등으로 단기 금리가 하락했다"며 "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수급 부담으로 장기금리는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보험사가 초장기 국채를 대거 매수한 것"이라며 "국고채 3년물·10년물 스프레드가 국고채 10년물·30년물 스프레드보다 더 벌어진 것을 보면 보험사 수급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17일 본회의를 열어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2차 추경안 소식이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추경에 대해 "세출예산 구조조정으로 지원금 대부분을 충당할 계획"이라며 "만약 부족하면 적자국채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헤지 여건이 나빠진 점도 보험사의 초장기 국채 순매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FX 스와프포인트 1년물은 지난달 6일 -3.70원에서 31일 -16.20원으로 급락했다. 6개월물은 -1.00원에서 -8.60원이 됐다. 3개월물은 -0.40원에서 -4.30원으로 하락했다.

CRS 금리는 지난달 6일 전 구간에서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31일에는 1년부터 9년 구간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증권사의 한 운용역은 "지난달 보험사 환헤지 여건이 나빠졌다"며 "기존 해외채권 롤오버가 쉽지 않다. 해외채권 신규 투자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보험업계가 해외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원화 초장기 국채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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