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건설사들이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보수적인 재무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각 건설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0억원이었다.

1년 전 1천65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8% 넘게 줄었다.

이에 따라 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2%에서 0.03%로 1.97%포인트(p) 낮아지게 됐다. 사실상 무차입 상태로 만든 것이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도 순차입금을 5천249억원에서 274억원으로 95%가량 줄였다.

순차입금 비율은 8.68%에서 0.41%로 1년 새 8.27%포인트(p) 축소했다.

순차입금은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것이다.

순차입금 감소는 최근 건설사들이 자금을 무리하게 신사업에 투입하기보다는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현금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년 전보다 3천억원 이상 늘어난 2조5천86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대림산업도 전년보다 4천억원 늘어난 2조5천592억원의 현금을 보유해 역대 가장 많이 쌓아뒀다.

GS건설의 작년 말 기준 현금은 연초보다 2천억원 늘어난 1조7천930억원에 달했다.

2018년 8천억원 넘는 현금을 지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잇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는 등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이 1조3천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현금 확보를 재촉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에만 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대림산업은 3천억원, 삼성물산은 2천500억원을 연내 차환해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016년부터 토지 매각 규모를 10분의 1로 줄이면서 건설사들의 지출도 줄었다"면서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현금 비축을 더욱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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