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서도 심상찮다는 관측이 제기되던 3월 15일, 골드만삭스는 주요 투자은행(IB) 가운데 처음으로 2분기 미국 경제의 역성장을 전망했다.

1분기 0%, 2분기 -5%, 3분기 3%, 4분기 4%, 올해 연간 0.4% 전망에서 1분기 제로 성장도 신선했지만, 2분기의 역성장은 많은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

5일 뒤인 20일. 골드만삭스는 1분기 -6%, 2분기 -24%, 3분기 12%, 4분기 10%, 연간 -3.8%의 성장으로 대폭 낮췄다. 당장 1분기에 역성장에 돌입한 뒤 2분기에는 24%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로 인해 미국의 정상적인 생활이 셧다운 된 만큼 1분기와 2분기의 급격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1분기 마지막 날인 31일, 골드만삭스는 1분기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9%, -34%로 또 낮췄다. 34% 역성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낮은 성장세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분기 성장률은 역대 최저에서 역대 최고로 바뀔 것"이라며 3분기에는 19%의 강한 성장을 예상했다. 연간으로는 -6.2%를 내다봤다.

이제 2분기 -30%대의 성장률 전망에는 모건스탠리도 합류할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골드만삭스만의 소수 의견은 아니다.

지금 전세계는 깊은 리세션에 있다.

1분기에 많은 일이 있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318%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례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준금리를 2번 만에 실효 하한인 제로까지 낮췄다. 무제한 양적완화(QE)를 다시 도입했다.

주식시장은 최단기간인 단 22거래일 만에 30% 이상 급락해 약세장에 진입했고, 에너지 가격은 폭락했다. 미지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세를 떨쳤고, 전세계 셧다운 조치로 경제 활동은 멈췄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양책이 나왔다.

그런데도 미 국채시장 등 가장 유동성이 좋은 시장에서조차 상당 부분의 유동성 경색이 나타났다. 달러 쟁탈전에 달러난은 심각해졌다. 재앙적인 경제 지표는 3월부터 시작됐다.

2분기에 막 들어선 지금 얼마나 나빠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서든 스톱'은 수요와 공급 모두 엄청난 쇼크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기 때문에 평상시만큼 돈을 쓸 수 없고, 각종 위험이 도사리다 보니 사전 예방적으로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현금을 지키려는 처절한 노력 속에 지출을 줄인다. 이 모두는 엄청난 수요 감소 요인이다.

공급 측면도 비슷하다. 근로자들이 일터에 나갈 수 없으니 생산은 멈췄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30% 정도가 재택근무를 한다. 현대 경제는 복잡한 분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 한 부분에서 차질이 생기면 다른 부분으로 빠르게 파급된다. 전세계 공급망은 정상적인 작동을 멈췄다.

5등급 허리케인이 왔을 때의 '공급 쇼크'와 대공황 스타일의 '수요 쇼크'가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이번 사태 충격이 대부분 경제에서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은 더욱 암울하다. 통상 리세션 기간 서비스 부문은 제조업과 주택 등 경기에 민감한 부분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던 경제의 기반이었다. 이번에는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인들은 관심도를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 검색에서 실업 혜택 단어는 폭증했고, 가장 인기 검색어로 올라섰다. 미국인들이 일자리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업보험청구자수는 급증했다. 일부 주에서는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보고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자영업자와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긱 경제(gig economy)에 속한 노동자는 실업수당 자격이 없다.

월가에서는 회복의 모양이 L자가 될지, U자가 될지, V자가 될지 분분하다. 전세계에서 새로운 코로나19 감염자수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성장률은 회복할 수 있고, 억눌렸던 만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초기에는 힘이 실렸다.

지금은 V자 기대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20%에서 -40%의 엄청난 역성장이 거듭되면 GDP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V자형의 회복이 불가피하지만, 의미 있는 회복이 아니다.

지금은 재정, 통화 정책이 시간을 두고 효과를 내면서 U자형의 회복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사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있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지금 열심히 복구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면역성을 가지게 되면 억제 조치도 완화할 수 있다.

결국 바이러스는 엔드게임이 되겠지만, 엄청난 충격을 받은 만큼 2차 경제적 충격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하는 시기다. '2분기가 5차 세계대전(World War V)'이라는 BCA 리서치의 진단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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