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LCR 규제완화 방안 발표 임박…은행 "최소 10%P 여유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돈 줄 마르는 은행을 살리고자 금융당국이 유동성 규제를 추가로 완화한다. 최근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은행의 원화 LC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LCR은 은행이 금융위기와 같이 유동성 확보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주식과 채권·외환시장 전반의 위험이 은행으로 전이돼 한순간에 신용경색이 올 경우 은행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의 흐름을 보여준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을 향후 30일간 순 현금 유출액으로 나눠 구한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 은행은 최대한 고유동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간 금융당국이 관리해온 규제 비율은 원화 100%, 외화 80%였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외화 LCR 규제 비율은 오는 5월까지만 현행 80%에서 70%로 10%포인트(P)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안전자산인 달러 유동성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이 외화 차환 등을 관리하는 데 여유를 주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은행의 유동성 전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통합(원화+외화) LCR 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4%P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말(잠정치) 기준으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통합 LCR 비율은 103%대다. 우리은행은 104%,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113%와 121%대로 집계됐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의 LCR 비율이 금융당국이 지도하는 규제비율에 근접하면서 은행의 우려도 크다. 통합 LCR 비율에서 차지하는 외화 비중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원화 LCR 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부장은 "원화 LCR만 따진다면 사실상 규제비율 100%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1분기 들어 예수금 대비 대출 공급량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초저금리 자금 지원 등을 고려하면 원화 역시 10%P 이상의 규제 비율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를 조성하는데 은행의 출자 부담이 커지면서 LCR 부담은 더 커졌다. 이 펀드들에 실질적인 출자가 진행되면 LCR 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열린 증안펀드 조성 협약식에 참석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추가적인 유동성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건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날 은 위원장은 회장단의 건의사항을 금융위 실무진에게 전달했다.

이에 은행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원화 LCR 규제 비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기간과 비율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은행권의 유동성은 건전한 수준에서 관리됐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요청에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준 만큼 원화 LCR 규제가 현실을 반영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에 대한 출자를 고유동성 자산으로 반영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 채안펀드 출자분이 고유동상 자산으로 인정하면 LCR 비율을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 비율에 대한 우려는 바젤Ⅲ가 조기 도입되며 한시름 덜었다"며 "주로 은행이 채안펀드 출자에 참여하는데, 이미 1차 캐피탈 콜이 진행된 상황에서 추가 출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고유동성 자산 인정 범위가 커지면 LCR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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