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정치권에서 제기된 '무기명 채권' 등 개인 국채 발행 주장이 서울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부분 참가자의 견해지만, 미래통합당에 이어 여당 일부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자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금융안정태스크포스(TF)팀 단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재원은 한정된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명 채권 발행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무기명채권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발행했다. 무기명채권을 매입할 경우 자금 출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불법적인 자금을 합법화하려는 수요가 몰렸다.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독재 정권의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시중은행의 부도 가능성이 큰 데다 예금자 보호 한도도 2천만원으로 높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도 대거 몰렸다.

다만 현재는 금융실명제가 이미 정착되고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된 상황이라 실제 도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도입하려면 금융실명제에 예외조항을 두는 개정도 필요하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어떤 공식기구나 회의에서도 무기명채권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혀 진화에 나섰다.

미래통합당은 이에 앞서 개인용 국채 발행을 주장했다.

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연합인포맥스와 통화에서 "지금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굉장히 많아 부동산과 주식을 하기도 한다"면서 "코로나 국채 40조원은 연 2.5% 금리를 드릴 테니 한 3년 또는 5년 동안 빌려 쓰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국채 발행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며 "국채 발행으로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갈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자금을 끌어들이는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은 다르지만,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 개인용 국채 발행 주장이 제기된 셈이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정치권에서 계속 개인용 국채 발행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곧 일부 발행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용 국채 발행이 현실화할 경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시중 대비 높은 금리로 책정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특판 형식으로 모집하면 다른 금융상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정부 보증이 있는 채권의 금리가 2.5%라면 국고채 3년(1.090%, 전일 민평금리)의 두 배가 넘는다"며 "채권 펀드 등에 있던 자금이 개인용 국채에 유입되면서 다른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채권 펀드나 다른 금융상품에 있던 자금이 아닌 은행 예금 등이 유입된다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납입 한도 등이 정해진 은행의 특판 예금 등을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대차대조표를 거쳐 서울 채권시장에 파급효과는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있다.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부분 대출 자금으로 쓰고 일부는 채권 등을 산다"며 "예금이 대폭 줄어들면 대출 여력이 줄고 채권도 그만큼 사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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