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금융당국이 외환공동검사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할 상품으로 외화구조화예금을 꼽으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30일외화구조화예금이 사실상 달러-원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외화차입이나 외화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당국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달러-원 환율 하락은 당국도 어느정도 예상한 바 있고, 규제 3종세트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에 풍부하게 들어와 있는 외화유동성이 어디로 가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외화구조화예금이 주목받은 것은 그동안 중공업체 선물환 매도와 김치본드 여파 등으로 외화자금 시장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외화구조화예금에 투자할 경우 우선 통화스와프(CRS)를 통해 원화를 주고 달러를 차입하게 된다. 이때 보험사들은 라이보금리를 주고 CRS 금리를 받게 되는데 약 2%대 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외화를 차입한 후 은행들이 발행한 외화구조화예금에 투자하면 CRS 금리와 함께 구조화상품의 금리도 추가로 받게 된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국내 채권투자나 해외채권 투자를 통해서 버는 것보다 이자수익이 높아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최근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차입여건이 좋아진 덕분에 CRS 금리도 상당폭 상승한 상태다. 그만큼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금리 수익이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이나 외화차입의 커지는 문제가 있다.

이런 외화구조화예금 상품 투자에 따른 달러 자금의 흐름은 과거 중공업체 선물환 매도에 따른 투자 플로우와 유사한 경로를 갖게 된다.

A외은지점 외환딜러는 "에셋스와프 거래를 하게되면 달러 바이앤셀을 하게 되는데 이걸 CRS시장에서 하면 은행쪽은 셀앤바이를 하게돼 해외 단기차입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과거 중공업체가 헤지할 때와 비슷한 구조가 된 셈"이라고 언급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CRS로 달러를 조달해 다시 외화구조화예금에 넣는 것은 선물환 매도와 같은 포지션이 생기게 된다"며 "은행들의 선물환 매입 포지션이 생기면서 이를 달러 차입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수출업체 물량이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생기는 플로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외화구조화예금 집중 검사에 대한 계획이 환율 하락 방어나 규제 강화 쪽으로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유동성 확충을 과도하게 요구한 데 따른 반작용이 큰 것으로 봤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감독당국에서 은행들에 외화유동성 확보를 강제하면서 외화채권 발행과 외화예금 확보를 강조해왔다"며 "그래서 각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이 넘쳐나 남은 달러를 땅에 묻을 수도 없고 FX스와프 시장에서 운용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D외은지점 외환딜러는 "당국이 외환공동검사에 나설 계획을 밝히면서 달러화가 지지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지지력은 매우 약했다"며 "결국 당국의 조치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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