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자금 집행이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발행사의 도 넘은 잇속 챙기기에 금융업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정이 급한 기업들은 채안펀드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기를 기대했지만 일부 기업의 이의 제기에 상당수 기업의 자금 조달 스케줄이 꼬이게 됐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부 발행사가 회사채 금리 선정 방식이 여전채와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채와 회사채는 발행 환경이 다르다. 여전채의 경우 채권시장에서 일괄·수시로 발행한다. 반면 회사채는 시장에서 수시로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요예측을 통해 발행량과 금리를 결정한다.

채안펀드에서도 통상 채권시장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지만 일부 기업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으로 채권시장은 해석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민간평가사의 고시금리와 실제 거래되는 유통금리와의 괴리가 확대된다. 크레디트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일 때는 채권 금리가 민평금리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수요예측을 해야 하는 회사채 발행자 입장에서는 민평금리로 발행하는 게 자금 조달 측면에서 더 유리해졌다.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에 조달하려는 일부 발행사의 욕구가 채안펀드 집행 지연 사태로 연결됐다.

일부 기업의 볼멘소리에 민평으로 발행하려 했던 여전채에 불똥이 튀면서 여전채도 입찰 방식을 적용하는 등 더 높은 금리에 발행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일부 기업의 볼멘소리가 양쪽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로 작용했다.

금융업계와 금융당국, 한국은행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채안펀드는 신속한 자금 지원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하위 펀드 설정 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빠른 집행을 위해 당국과 금융권이 힘을 모았다.

일부 기업의 금리 타령이 금융당국의 노력을 퇴색하게 만든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 우려로 실물경제의 타격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자금을 조달해 지원하는 차원인데 다른 하위펀드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집행 자체가 늦어졌다는 게 황당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여전채와 회사채 모두 발행자가 갑인 시장이었기에 업계에서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면서도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도 발행자가 갑 마인드로 접근한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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