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행동하는 주주의 모습을 보이자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고, 기업을 좌지우지하던 오너들도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국민연금은 2018년 수탁자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면서 주주권 행사를 체계화했다.

그동안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국민연금은 투자한 지분율만큼의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기 시작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과다한 이사보수 반대, 배당 확대 등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기업 대부분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주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SK는 주주 서한에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통해 주주 환원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주총에서 배당을 늘리고,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는 올해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잉여 재원을 주주 환원 정책에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였던 대기업의 지배구조도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갑질'과 법률 위반 논란이 있었던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주총 전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계열사 과다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자 계열사 이사 자리를 내놓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동안 기업들이 기피했던 전자투표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편의성을 높였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은 지난해보다 17%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주총 안건이 통과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으나, 국민연금으로 인해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자본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주주들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로 관행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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