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제 유가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방향키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금융 시장 심리 반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한 에너지 기업들의 도산 위기, 이에 따른 증권 시장 불안, 신용 및 유동성 경색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심리적 도미노가 나타나서다.

3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1,240원대를 웃돌던 달러-원 환율은 중국의 비축유 구입 소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유 감산 합의 관련 발언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오르자 빠르게 미끄러졌고 1,220원대 후반에서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대 1천5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1달러(25%) 폭등한 25.3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대 상승률로 장중 한때 35%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도 환호했고 달러-원 환율도 오전 9시 11분 현재 1,220원대 중후반으로 빠르게 내려서고 있다.

현재 셰일 업체들이 손익분기점(BEP)을 유지할 수 있는 유가는 배럴당 30∼40달러다.

셰일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에너지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신규 유정의 원유생산 비용은 평균 49달러로 기존 유정의 경우 평균 28달러 선으로 집계됐다.

반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원유생산 비용이 5달러도 되지 않는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그간 BEP를 크게 하회하는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 업체들의 도산 위기가 결국 증시 악재,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를 이끈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럴당 30달러대까지는 금융시장의 호재로 기대할 만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중국에서 비축유를 매입하겠다고 나서나 WTI 가격이 급등했고 주식도 랠리를 나타내자 달러 매도세가 강해졌다"며 "미국 내 셰일가스 업체 줄도산 우려가 컸는데 특히 배럴당 20달러대는 이들 기업이 망할 수밖에 없는 가격인데 이러한 우려를 털어내 시장이 중국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유가 상승이 리스크 온 재료가 되면서 미국 주식이 상승세"라며 "유가가 올라야 정유회사 도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일 중국 정부 당국이 비축유를 저장할 수 있는 원유 탱크를 조정 및 편성하고 제4기 전략 비축유 기지를 발표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원유 저장 공간이 늘어나면서 원유 수입도 늘어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경제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동시에 유가 상승이 마냥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간 저유가에 기대 줄줄이 금리 인하를 한 신흥국에서의 외환 위기 가능성 등 '양날의 검'으로서 유가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19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기준금리를 4.50%로 25bp 인하했고 말레이시아도 같은 달 3일 25bp 인하한 바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FX연구원은 "추세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문제는 신흥국의 외환 위기 가능성"이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당장 가진 외환보유고도 많지 않고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외채도 많지만, 금리 인하라는 강수를 둔 이유가 저유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유가가 상승해 원자재 통화, 에너지 하이일드가 개선되더라도 반대급부로 그간 저유가로 금리를 내렸던 신흥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유가가 현재 금융시장의 '양날의 검'"이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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