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달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외화부채가 많은 하나금융의 외화환산손실이 예년보다 크게 인식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결산일 기준 하나금융의 외화환산손실은 915억원~1천220억원 수준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결산일 기준 12월 31일 달러-원 환율이 1천156원이었고 올해 1분기 결산일 기준 3월 31일 환율이 1천217원이었던 것을 반영한 수치다.

외화환산손실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또는 외화로 표시된 채권과 채무를 기말 결산일에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발생한 손실이라기보다는 회계상에 인식되는 손실이다.

하나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외화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또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환율에 유독 민감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은 대체로 외화자산과 부채를 매칭시키거나 헤지를 해서 외화환산손익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하나은행의 경우 매년 눈에 띄게 발생하고 있다"며 "외환은행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하나금융의 외화환산손익은 마이너스(-) 3천525억원이었다. KB금융이 -745억원, 신한금융이 -144억원, 우리금융은 1천915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노출된 부채가 자산보다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해외투자를 진행할 때 달러로 자금을 조달해 지분을 매입하는데 그 과정에서 매입한 자산은 회계상에 장부가액(Book value)으로 들어가 환변동에 노출되지 않지만, 자금조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채는 환변동에 노출되게 된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예년보다 크게 높아질 우려가 컸다. 실제로 3월 중순부터 달러-원 환율이 평균 1천241원이었고 지난달 19일에는 1천296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러한 환율 흐름으로 증권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의 외화환산손실이 1천8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1분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달러-원 급등으로 외화환산손실 발생에 따른 1분기 실적부진 가능성 등이 최근 주가 약세를 야기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에 추정치대로 1천200억원대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면 지난 3년 중 가장 크게 인식된다. 작년 1분기에 1천69억원, 지난 2018년엔 658억원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분기 결산일에 환율이 비교적 안정돼 예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외화환산손실이 인식될 것"이라며 "1천20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환율 급변동으로 외화환산손실의 수준이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실적에서는 경상수지의 시각에서 외화환산손실이 취급되기 때문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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