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정책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증권사가 겪는 유동성 문제를 달래줄 지원책은 부재하다는 정책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실물경제 위협에 직결되는 일반기업이 아닌 금융기관을 향해서도 기업어음(CP) 매입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타당한지 여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채권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는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전일 가동을 시작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서 우량기업 CP를 매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량기업 CP'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증권사 CP는 앞서 언급한 정책들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채안펀드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 CP가 채안펀드의 매입 대상에는 포함되지만, 회사채와 금융채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사실상 캐피탈 콜로 마련된 1차분 재원이 3조 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그 한계가 역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역시 CP 매입이 일반기업의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증권사 CP는 매입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결국 증권사 CP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담보물 부담과 91일이라는 단기적 대응에 불과해 매달 수조 원에 이르는 물량의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달만 해도 몇 개 대형 증권사 CP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2~3조 원에 이른다"며 "리파이낸싱(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CP 금리 역시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투자협회 고시에 따르면 전일 CP 91물은 2.0bp 오른 2.23%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한은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증권사 CP 지원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예전보다 증권사의 자본 규모와 조달과 운용 사이즈가 커졌고 CP는 급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만큼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RP 대상 채권을 넓혀주면서 조달리스크를 줄여주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증권사 CP 문제는 금융당국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비금융기업 대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에 소위 '선수'들까지 지원이 필요한가 하는 정서가 행간에 깔린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전처럼 장이 급변하지 않았다면 무난히 수익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문제가 된 만큼 증권사에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전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2/4분기 이후 회사채·CP 시장 만기도래 현황, 한국은행>



ybn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1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