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신규 투자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쌍용자동차도 '독자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러한 가운데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산업은행도 지원을 위해서는 대주주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쌍용차의 회생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신규자금 지원 차질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래경쟁력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영쇄신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에서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구안이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진화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인데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실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와 산은 등의 1차 지원이 전제되는 것이 쌍용차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있다.

다만, 초반부터 대주주와 산은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쌍용차 회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앞서 마힌드라는 지난 1월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천3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산은 등도 쌍용차에 자금을 함께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 1월에는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사장은 산은을 방문해 이동걸 회장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동걸 회장은 당시 "상대방(산은)이 하지 않으면 나(마힌드라)도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주주의 책임있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변수로 작용한 탓에 마힌드라그룹이 기존 투자계획을 철회하자 공은 다시 산은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쌍용차는 지난해 3조6천239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손익에서는 2천819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를 지속하면서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특히,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에는 12분기 연속 적자다. 코로나19 여파로 수급이 꼬이기 전에도 사실상 현금 창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힌드라그룹이 지원하기로 한 400억원의 특별자금으로는 '급한 불' 조차 끄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산은의 도움 없이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일부 도움을 받아 기존 대출들의 만기연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신규자금 투입 없이는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산은 또한 지원에 나서기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

산은은 2대 주주였던 한국GM과는 달리 쌍용차에 대해서는 1천9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에 불과하다.

아울러 최근 산은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여의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은은 최근 LCC에 3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시작으로, 두산중공업에도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조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지원방안과 관련해 요청이 온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마힌드라그룹 측이 입장을 낸 것 같다"며 "아직 산은 측의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1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