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케이블TV 업계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와 5위 현대HCN이 동시에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통신업계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방송 시장의 판이 다시 흔들릴지 관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고, 금융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아 매각 성사 가능성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KT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일단 인수 여부를 두고 정중동 행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현대HCN을 매물로 내놓은 현대백화점그룹은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를 통해 주요 기업과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만간 투자안내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딜로이트안진과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회계자문사와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서 매각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HCN은 서울 관악구, 서초구, 동작구 등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딜라이브의 최대 주주 및 채권단도 최근 매각 자문사 선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대HCN과 딜라이브가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점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돼 왔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고 LG유플러스가 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자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상 현대HCN과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 있는 여력과 사업적 관심을 갖는 곳은 통신 3사로 압축된다.

통신 3사는 일단 추가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가 유료방송 시장의 3강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추가 M&A를 통해 현재의 판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군 31.31%, LG유플러스 군 24.72%, SK브로드밴드 군 24.03% 등이다.

딜라이브가 6.09%, 현대HCN이 4.07%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M&A에 성공할 경우 구도는 달라진다.

KT의 경우 딜라이브나 현대HCN을 인수하면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려 압도적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하게 할 수 있다.

그간 KT의 유료방송 M&A 발목을 잡았던 '유료방송 합산 규제'는 재도입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국회도 재도입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올라선 구현모 대표가 첫 성과로 유료방송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KT가 가장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나설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와 IB 업계에서는 KT의 딜라이브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추가적인 시장 재편 과정에서 순위 바뀜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경을 쓰는 눈치다.

현대HCN을 두고 SK브로드밴드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LG유플러스도 내부적으로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가격이다.

가입자당 가치를 40만원 정도로 봤을 경우, 201만명과 131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딜라이브와 현대HCN의 가치는 약 8천40억원과 5천24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의 1차 재편이 완료된 상황이어서 매각자보다는 매수자 우위로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현대HCN은 제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매각 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어서 가격을 둘러싸고 이견이 첨예해질 가능성도 있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KT에서 제시한 6천억원대의 인수 의사를 거절하고 1조원대의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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