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대차대조표에 숨겨져 있던 위험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주요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공급망 금융(supply-chain financing)'의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P 글로벌은 이를 재정적 압박을 감추고 있는 "잠자는 위험(sleeping risk)"이라고 경고했다.

공급망 금융은 공급자(suppliers)가 아닌 구매자(buyers)의 신용을 적용해 공급자에게 저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것으로 매출 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기업들은 2~6개월간 은행으로부터 일종의 신용 대출을 받아 운전자본을 확보하지만, 이는 대출이 아닌 외상 매입금(accounts payable)이라 공개할 의무가 없다.

피치의 프레더릭 기츠 신용담당관은 "은행들이 이 창구의 문을 닫아버리면 신용 라인이 차단돼 일부 기업들은 유동성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는 "기업들이 문제에 빠지게 될 때까지 감시망 밖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공시 자료에 따르면 커피 및 음료업체 큐리그 닥터 페퍼는 작년 말 기준 몇몇 은행들을 이용해 21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공급망 금융을 차입했다. 이는 전년의 14억달러에서 늘어난 것으로 회사의 대출 기한은 최장 360일이다.

큐리그의 재무 관계자는 이번 주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신용 역량이 충분하며 유동성 이슈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피치는 공급망 금융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 세계적으로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재, 통신, 화학, 소매, 항공 우주 관련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 금융에 투자하는 4개의 펀드를 소유한 크레디스위스는 "이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잠재적인 시장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 위기로 인해 매출채권을 담보로 이 같은 대출에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담보 회수의 어려움을 이유로 가뜩이나 힘든 기업에 대출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영국 2위의 시설관리·건설업체인 카릴리언(Carillion)의 파산에 원인도 공급망 금융이었다.

카릴리언은 가장 큰 영국 정부의 시설관리업체였으나 회사가 4억~5억파운드 규모의 공급망 금융 채무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산 직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회사가 이를 '기타 외상 매입금(other payable)'으로 보고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순채무는 2억1천900만파운드로 표시되는 데 그쳐 아무도 숨은 위험을 알지 못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조달러 규모의 부양 패키지에 기업들에 대한 각종 대출 지원을 포함했다.

이는 공급망 금융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P는 공급망 금융을 이용하는 대다수 기업은 신용이 탄탄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라며 이들은 납품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도 못하고 동시에 대출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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