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운용사 선정 완료…5대 금융 자회사가 각 운용 전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에 4조7천억원을 출자한 5대 금융지주의 자금운용 계획에 윤곽이 나왔다. 개별종목이 아닌 지수에 투자하는 만큼 성과를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음에도 운용전략을 놓고 첨예한 눈치싸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까지 신한·KB·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는 증안펀드 출자를 위한 계약을 마무리했다.

농협금융은 7천억원, 나머지 금융지주는 1조원을 출자한다.

출자금을 마련하는 과정부터 차이가 컸다.

그룹 내 비은행 자회사 비중이 큰 신한금융은 보험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각각 3천억원, 신한은행 2천억원,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이 각각 1천억원을 낸다.

농협금융도 농협생명과 NH투자증권 등이 3천200억원을 채웠다. 농협은행은 3천800억원을 담당한다.

증안펀드의 경우 채권시장안펀드(이하 채안펀드)보다 BIS비율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증안펀드의 위험가중치는 300%가 적용된다. 은행이 1조원의 출자를 전담하면 그룹과 은행 모두 최소 10bp 이상의 BIS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재 금융당국은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그룹 내 은행 비중이 큰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출자 대부분을 은행이 전담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채안펀드에 대한 출자도 담당한다. 다른 자회사보다는 여력이 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

금융회사가 증안펀드에 낸 자금이 모(母) 펀드에 모이면, 증안펀드 주간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를 하위 자산운용사에 분배한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하위펀드를 운용할 인덱스주식형 개별운용사 20여개를 선정했다. 이들 운용사는 이날부터 향후 3년간 펀드 운용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번에 선정된 자산운용사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이 포함됐다. 정량평가(60%)의 비중이 정성평가(40%)보다 커 금융 그룹 내 자회사로 있는 자산운용사가 유리했다.

5대 금융지주가 낸 자금은 각각의 자산운용사 자회사가 운용을 담당한다.

이에 금융지주는 출자 전부터 운용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민이 컸다. 개별종목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 상품에 투자하는 형식이지만, 부담을 안고 출자를 한 만큼 수익을 내야 해서다.

이중 신한금융이 제출한 계획이 업계에 회자했다.

신한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내에 두 개의 펀드를 설정해 증안펀드 출자금을 별도로 운용하기로 했다. 신한생명(은행+카드) 출자를 주축으로 한 펀드와 오렌지라이프(은행+캐피탈) 출자를 주축으로 한 펀드 간 경쟁을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자산운용사 내 기존 인덱스 펀드 운용조직이 자금을 받아 운용한다. 보다 구체적인 운용방식은 투자관리위원회(가칭)가 꾸려지는 대로 알 수 있다. 실질적인 자금 집행이나 환매 시점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곳에서 제시한다.

다만 코스피가 이달에 반등한 상황이라 자금 집행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지수 연중 최저치가 지난 3월 19일에 기록한 1,439.43인만큼 업계에선 최소 1,650선 아래로 떨어져야 실질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10조7천억원 규모로 약정된 증안펀드의 1차 캐피탈 콜 규모는 3조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덱스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어떻게 유니버스를 구성할지를 놓고 매일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지주 자회사인 자산운용사 간에도 인덱스 운용 역량에 차이가 있어 조금이나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