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자산운용사 인력이 10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최근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자기자본 규제 등으로 구조조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인력은 2009년말 4천92명에서 2019년말 9천532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많아지면서 인력 채용도 많아졌다.

금융당국이 2015년 이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12월 결산 자산운용사는 229개로 늘었다. 지난해에 운용사 인가를 받은 사모 운용사만 32곳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투자 열기는 단숨에 식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사모펀드 운용사 세 곳 중 두 곳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증시 여건도 받쳐주지 않았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증시도 급락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자본금을 까먹는 운용사도 생겨났다.

카라투자자문은 지난 3월 20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파생상품 거래손실을 공시했다. 손실 금액은 14억원으로 자기자본 30억원 대비 46.4%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케이에스자산운용은 지난 3월 16일 지수선물, 주식선물 및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4억1천174만3천455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81억원 대비 5.06%에 달하는 수준이다.

파생상품 손실의 경우 평가손을 포함한 금액이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자들의 불신도 깊어졌다는 점이다.

수익률이 높은 사모펀드는 '부자들의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돈을 맡기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사례가 나오면서 증시에 직접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주가지수가 바닥이라는 판단에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에 나선 셈이다. 이에 개인투자자가 맡긴 예탁금 규모는 43조7천305억원에 달했다. 3월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86만개나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리스크가 좀 더 지속할 경우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사 개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그동안 채용을 늘려왔던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자본금 유지조건(7억원)에 미달하는 곳은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 운용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직원 수도 늘었지만, 판매 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은 오래갈 것 같다"며 "수입이 없어지는데 인력은 많이 채용했고, 자기자본 투자도 한 곳이 많아 영업기반 약화와 재무 구조 악화 등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기자본 규제 룰이 있어 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퇴출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 시기가 지나면서 사모펀드를 통해서 했던 대체투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하나 만들려면 1개사당 7~8명의 기본인력이 있어야 하니 한계 상황에 온 운용사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운용사들이 급격히 늘었지만 40%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어 이 상태로 가면 사모 운용사들은 생존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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