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연이은 은행권의 실적경신 행진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 컷' 단행으로 핵심 이익에 타격을 입은 데다 실물경제 부진으로 향후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 단계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개별 은행을 살펴보면 부산·대구·경남·제주은행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 검토 대상이 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시 기준이 되는 독자신용등급(BCA)이 하향 조정 검토 대상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부 주도 재정·통화 정책이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등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한은 빅 컷·시장 변동에 흔들리는 핵심 이익

특히 무디스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리는 등 역대 최저 수준 금리가 은행의 이자마진을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은행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수익에서도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노출된 상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가 50bp 하락할 경우 은행들의 연간 NIM은 8%포인트(p)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통상 NIM이 6%p에서 8%p 하락하면 은행들의 수익은 최소 1천900억원에서 최대 2천6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을 실시한 점도 이자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들은 오는 9월 30일까지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개인사업자 포함 중소기업 대출, 보증부대출, 외화 대출 등에 대해 6개월 이상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를 실시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기간에는 관련된 이자 수익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자 면제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이 나아지면 수익이 들어오긴 하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6개월이 지난다고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익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해 온 비이자이익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면서 펀드나 신탁판매가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판매 한도가 묶인 주가연계신탁(ELT)의 경우 시장 변동 여파로 조기 상환이 미뤄짐에 따라 주요 은행에서 신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실물 경기가 묶이면서 기업활동도 위축되면서 IB 수수료 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분기 순익에 상응하는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 1분기는 시작…2분기 손실 본격화될 것

다만 코로나19가 지난 2~3월부터 불거진 만큼 손실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 은행권과 전문가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IM 하락 추세는 오는 3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지난해 7~8월 시중금리 하락 여파가 1분기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안심전환대출 판매에 따른 하락 요인도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올해 은행 NIM이 전년보다 약 15%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NIM 축소와 비이자이익 감소 등을 근거로 주요 4대 금융지주 연간 이익 추정치를 11.4% 하향했다. 기존 11조2천억원에서 10조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그룹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연간 목표 재설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계획에 없었던 리스크인 만큼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와 재무적인 목표치 등을 지주 차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이 은행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은행권은 특히 증안펀드의 경우 변동이 큰 주식시장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자기자산을 운용하는 경우에도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지 않는다. 당장 주식시장 하락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것인 만큼 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인수합병(M&A) 등 향후 투자를 위한 실탄을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지불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은행을 통한 경기 부양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100조원 규모 금융안정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미국과 달리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은행을 이용해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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