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대형은행들은 '대마불사'라는 말이 맞는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과 가계 등 민간 경제주체들의 체력을 약화시키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강등이 우려되면서 은행채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7일 연합인포맥스의 국제신용평가사 발행사 신용등급(화면번호 4077)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 중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무디스 기준 신용평가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국민은행은 현재 장기 신용등급으로 Aa3, 단기 신용등급으로 P-1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도 같은 등급이다. 두 은행은 지난 2017년 이후 신용등급이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 하나은행의 무디스 장기 신용등급은 현재 A1으로 2013년 상향됐다.

무디스로부터 A1의 장기 신용등급을 받은 우리은행은 2016년에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가 재작년에 다시 회복됐다. 이들 대형은행은 재작년과 작년에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보여 더 높은 등급을 향한 순항이 기대됐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상황이 달라졌다.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하며 수익과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내세웠다.

국제적인 신인도 훼손은 금리에 가장 먼저 타격을 준다. 위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제로(0) 금리가 만연해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에는 실제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우선 영향을 받는 이유다.

이미 국내시장에서부터 은행채 금리는 이상 현상이 감지된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금리차)는 30bp 이상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한 자릿수대까지 좁혀졌다.
 

 

 

 

 

 

 


10년 이상의 장기물로 가면 스프레드가 더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금리로 자금을 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달금리 상승은 순이자마진(NIM)을 줄인다.

은행채 약세가 지속하면 해외에서는 직접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은행이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자산건전성 관리에만 신경쓰기에는 주위의 기대가 너무 크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에 기업의 우산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공급을 늘리려면 더욱이 조달금리 사수가 중요하다.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BIS자기자본비율은 15% 내외다.

이익을 대거 쌓은 지난 2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자칫 향후 자산이 부실화하거나 여신 확대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늘면 이 비율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후순위채 등으로 보완이 필요한데 조달금리가 큰 변수가 된다. 모두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장기채권의 발행이 원활치 않으면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할 여력이 줄어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다. 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달리 10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 프로그램을 국책은행, 시중은행들이 마련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도 마찬가지"라며 "무리한 정책지원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자금조달 능력과 신용 창출 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일 기준으로 3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4대 은행의 채권은 총 7조8천500억원이다. 신한은행이 2조8천3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2조2천억원), 하나은행(1조4천400억원), 국민은행(1조3천800억원) 순이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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