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외국인 투자자가 국고 지표채권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며 매수 배경과 그 주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연합인포맥스 투자 주체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전일까지 국고 10년 지표물(19-8호)을 4조2천억 원가량 매수했다.

올해 사들인 10년물만 5조138억 원 규모로, 지난해(약 1조 원)와 재작년 같은 기간(약 1조5천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10년물은 국고채 중 거래량과 발행량이 많은 종목으로, 시장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1월부터 10년물을 지표 채권으로 삼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실제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132조7천억 원 수준으로 연초(123조6천억 원)보다 9조 원가량 늘었다. 지난 2월 말(128조9천억 원)과 비교해도 3조8천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중순 서울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도 외국인의 국고 10년 매수세가 눈길을 끌었다.

서울 채권시장은 지난달 13일 국제유가 선물과 뉴욕증시 급락 여파에 폭락했다. 외국인도 10년 국채선물을 1만2천계약 넘게 매도했고 10년 국채선물은 288틱이나 하락했다.

바로 다음 거래일 진행되는 10년물 입찰을 두고서도 시장 긴장은 고조된 상태였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입찰에 외국인 수요가 9천억 넘게 유입되면서 호조를 보였고, 시장은 안도했다.

국채선물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 등 핫머니의 변동성이 컸지만, 중장기 투자자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됐다는 의미다.

10년물을 주로 사들이는 주체로는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꼽힌다.

외국 중앙은행의 국내채권 보유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0조4천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48% 수준이다.

지난 2010년 말에는 20%에 불과했으나,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국인 중 최대 보유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중앙은행이 국고채를 사는 배경으로는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와 재정 건전성이 지목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이머징 중에서는 건전성 등 측면에서 그래도 한국이 괜찮다"며 "등급 대비 금리 레벨도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AA' 신용등급인 한국 10년물 금리는 1.543%(전일 최종호가수익률)로, S&P 기준 같은 등급인 뉴질랜드(약 1.02%)보다 높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인 대만 금리(약 0.4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는 통화 다변화를 위해 헤지 없이 국고채를 사서 중장기 보유한다"며 "스위스 등 유럽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태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도 우리나라 국고채를 즐겨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색)과 뉴질랜드(흑색), 대만(녹색)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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