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1위 음식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개편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과 지자체장 등도 비판에 가세하면서 불매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공식 사과와 함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소비자·소상공인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각 음식점의 배달 매출 중 5.8%를 수수료로 떼가는 정률제를 도입했다. 연 매출 3억 원이 안 되는 영세 업주들에게는 기존 8만8천원의 월정액 광고를 내는 정책보다 유리하다고 배달의민족 측은 주장했지만, 매출이 높은 가게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게 문제였다.

기존에는 한 달에 1만원짜리 설렁탕 300그릇을 팔아도, 500그릇을 팔아도 광고비는 8만8천원만 내면 됐지만 요금 개편에 따라 광고비는 300그릇 팔 때 17만4천원, 500그릇은 29만원을 내야한다.

변경된 방식으로 수수료를 감당하기 벅찬 일부 업소는 이전의 정액제 방식을 유지했고, 이 경우 배달의민족이 해당 업소의 광고를 앱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위치에 배치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에 나선 건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 배달 주문이 급증하던 시기다.

외출과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배달앱의 주문 건수가 평균 4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음식점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긴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배달주문에서 급감한 소득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려운 시기 주문 건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니 더 분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애국 마케팅으로 성장했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국내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의 배달음식 문화를 바꾸어놓은 것도 민족정신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만들어낸 한국판 신화는 점점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8천억원에 매각될 때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혁신'을 외국 자본에 넘겨준다는데 배신감을 들게 했다. '게르만민족'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인수·합병(M&A) 이후에도 독과점 이슈에 따른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번 수수료 논란으로 결국 가격 결정권에 대한 우위를 남용한 게 됐다.

그것도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들이 나서 따뜻한 나눔의 활동을 해도 모자란 이때 배달의민족은 또다시 '우리 민족'을 울리고 있다.

창업자인 김봉진 전 배달의민족 대표는 과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기다움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배달의민족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를 다시 들고나온다면 또다시 호응받을 수 있을까.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면 이에 걸맞은 진중한 태도와 행동으로 시장과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혁신으로 시장을 일궜다면 끝까지 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기업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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