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등 상품에 돈 몰린다…1969년 상황과 비슷한 시기



(서울=연합인포맥스) 배수연 기자 = 이제부터는 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각국이 유동성을 너무 많이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유가 등으로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금이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1969년 이후 상황과 너무 닮은 것으로 분석했다.







7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까지만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차대조표가 9천억달러 미만이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2조2천억달러였고 5년 후에는 다시 4조4천억달러로 두 배가 됐다.

대차대조표는 지난해 가을 3조8천억 달러 선에서 바닥을 찍었다. 연준은 지난해 9월에 레포(Repo) 시장 발작에 대응했고 올해2월까지 대차대조표 잔액은 4조달러 이상 증가했다. 지난 금요일 현재 이 수준은5조2천500억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실물경제 지원책이 시행되기도 전이다.

의회는 개인에 대한 현금지급 방안 등을 포함해 2조달러 규모의 경제 구제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영향력 있는 조치는 5천억달러 규모의 기업대출이다. 연방정부는 이 돈으로 연준를 통해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특수 목적 법인(SPV)의 자본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본보가 7일 16시21분에 보도한 '채권시장이 주목해야할 美연준의 5조달러…크레디트 지원' 기사 참조>

재정완화 2조달러 이외에 5조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이 추가로투입된다는 의미다. 연준 대차대조표가 5조2천500억달러에서 불과 몇 달 사이에 11조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7년에 미국은 8천500억달러의 연준 대차대조표로 19조 달러 규모의 경제를 꾸렸다. 13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22조 달러 규모의 경제를 운영하는 데 11조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가 필요하게됐다.

구제안이 통과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써 새로운 구제안이 논의되고 있다. 연준은 이미 '무제한'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현대화폐이론( MMT:Modern Monetary Theory)이이념적 논쟁을 넘어 이미 실행 단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때 신성시 됐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분리는 이제 과거의 유물로 전락했다 .

이런 움직임이 40년째 이어지는 미국채 시장의 호황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또 다른연쇄반응을 일으킬지 주목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분명한 효과는 지난 10년간 시장을 사로잡았던 디플레이션 심리가 움직이면서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앞으로 실물자산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원자재 가격의 재평가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유가 폭락 이후의 상품가격은 1969년처럼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1969년에는 상품 가격이 낮았지만 이후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

원자재 가격이 저평가 됐던 또 다른 주요시기는 1929년과 1999년이다. 자원 부문에투자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시절이었다. 1929년, 1969년, 1999년이 오늘날과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3대 저점에서 자원의 호황을 촉발시킨 촉매제도 세계통화정책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920년대 후반에는 영국이 전쟁 전의 금본위제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했다. 1969년은 브레튼 우즈 체제의 붕괴의 서막이 시작된 시점이다. 결국 2년 뒤 '닉슨 쇼크'로 브레튼 우즈 체제가 막을 내렸다. 1999년은 한국 등이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이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기 위한 심하게 개입하던 시절이다.

2020년 실물자산의 재평가도 글로벌 중앙은행이 단행한 전례 없는 조치에 의해 촉발될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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