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이수용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증권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면서 국내 증권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해외투자와 파생결합증권(ELS) 관련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 이동제한 등이 확산하면서 투자 여건이 나빠진 탓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관광, 호텔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코로나19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코로나19 확산 전에 사들였기 때문에 비싼 매입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5조8천억원에 사들인 미국 내 호텔 15곳은 벌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40억달러(4조5천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투자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에 나섰던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4천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아시아나 시가총액은 7천400억원대로 급감했다. 인수 가격이 2조5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비싸게 산 셈이다.

지난해 1조830억원에 사들인 프랑스 파리의 대형 오피스 빌딩 '마중가 타워'도 비싼 인수가로 국내 셀다운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이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자금난 우려에 "딜 클로징 단계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망가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딜이 진행 중이고,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라 자금을 빌려주려는 기관도 많기 때문에 상반기 중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파생결합증권(ELS)에 따른 증권사 단기자금 운용 리스크도 크다.

미래에셋대우는 ELS 자체헤지 규모가 30% 수준으로 최근 미국 증시 폭락에 헤지 포지션에 대한 마진콜(증거금 부족)에 시달렸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간 파생결합증권 발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구조와 유동성이 취약해졌다. 삼성증권 역시 대규모 마진콜을 당하면서 단기 자금시장 불안에 한몫했다.

삼성증권은 단기 자금조달 여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전자단기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한도를 증액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한 비리와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DLS 환매 연기에 따른 불완전판매에도 연루돼 있다.

이로 인해 김병철 전 사장이 임기 중 사임하고, 이영창 사장이 새로 취임하는 등 내환을 겪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에 나설 경우 다른 신용평가기관도 줄줄이 국내 증권사 신용등급을 도마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해외 IB 확대와 ELS 자체 헤지 등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동성 장세에서 속속 부메랑이 되면서 국내증권사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ELS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헤지 운용을 하는 증권사의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이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우려를 반영해 증권업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바꾼 상태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돼 증권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며 "1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권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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