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고금리채(정크본드) 시장이 이례적인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하강 국면에서도 듀레이션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최근 고금리채권의 듀레이션이 늘어나고 있으며, 계속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도 확산하고 있다. 듀레이션이 길어질 경우 향후 금리 반등 국면에서 회복 동력은 떨어지게 된다.

통상 경기 둔화 시기에는 위험 등급에 속하는 기업부터 자금 차입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고금리 채권의 만기와 듀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짧아져야 한다.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의 마티 프리드슨 CIO는 "(경기 둔화에도) 듀레이션이 길어지는 한 가지 원인은 최근 투자등급채권이 계속해서 정크본드로 강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등급이 높은 채권일수록 장기 채권을 발행하기 수월하다. 투자자가 더 긴 기간 동안 자금을 빌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수에 따르면 투자등급 채권지수의 평균 만기는 11년으로, 고금리 지수의 평균 만기 6년을 크게 웃돈다.

이런 이유로 소위 '추락천사'로 알려진 기업이 많아지면 고금리채권 시장의 듀레이션이 길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 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진 크래프트 하이즈의 채권 듀레이션은 기존 동일업종 고금리채보다 두 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슨 CIO는 "듀레이션의 이런 극적인 증가 추세는 아마도 전체 고금리채에 다가올 일을 보여주는 전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위험군에 속한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겪으면 고금리채권 지수의 단기채 비중이 줄어드는 속성도 있다. 위험한 기업의 회사채일수록 만기가 짧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은 전체 듀레이션을 연장한다.

동시에 위험한 기업의 신규 발행 증가도 듀레이션 장기화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신규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은 길기 때문이다.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에 따르면 지난 1주일 사이 고금리 기업은 34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시장 변동성이 급증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방위적 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진 것도 투자 심리에 도움을 줬다.

전문가들은 듀레이션이 늘어나는 것 자체만으로 고금리채권의 매력을 떨어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워치는 다만, "경기 둔화 이후 금리가 빠르게 반등하면 투자자의 수익률은 악화하고 고금리 기업의 이자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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