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붕괴로 영업과 재무악화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주거래 은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문의하는 사례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기업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기존에 설정해 둔 은행 한도성 여신을 실제 사용하기 시작했고, 확보한 현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담아두면서 자금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회사채 시장의 경색 현상이 심화하자 은행권 대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간 주된 자금조달 창구로 여겨온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권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 증가액은 13조4천568억원으로 전월보다 4배가량 늘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8조949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동안 대기업 대출 증가액이 2조원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에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만기 연장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대출 문의가 급증하는 등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없이 일단 현금을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에 한도 대출을 늘려 증권사에 예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MMF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맡겨도 이자가 붙기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거나 투자처로 자금이 집행되기 전 잠시 쉬어가는 대기 자금 성격이 짙다.

일부 대기업은 이마저도 못 미더워 은행 정기예금에 묶어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곳에 자금을 묻어두었다 비상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애로 수준이 금융위기 수준과 비슷하다고 보고, 향후 자금 조달 방향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항공과 자동차 등 고위험 업종을 선정해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리에 들어가거나 기업 신용등급 조정계획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은 "현재 기존 기업 여신의 유예나 연장을 그대로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신규 여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견지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면서 "항공·호텔·여행·자동차 업종, 특히 중국에 진출한 부품 하청업체 등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신청 대출의 일부만 실행하거나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 2분기가 기업들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여신 담당 임원은 "2분기에 회사채 15조원 만기가 돌아오는데 차환 발행이 안될 경우 본격적인 자금경색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항공사와 자동차 업종, 해외공장이나 사업 중단으로 자금경색이 올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