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차환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모두 상환하기로 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용등급 'AA-'인 우량 건설사로 꼽히는 만큼 회사채 차환에 나서더라도 수요를 확보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회사채 시장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자 회사채 차환을 위한 발행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돼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자칫 평판 리스크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11일 1천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7년 전 발행한 공모채로 당시 발행금리는 연 3.400%였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오는 13일 1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연 2.118%의 금리로 발행된 5년물 공모채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최근 내부 의사결정을 통해 만기 회사채를 모두 현금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건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조5천860억원에 이르고, 현대엔지니어링도 1조1천882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은 1천500억원 규모의 만기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시장 상황이 비교적 호의적이어서 4배 넘는 투자금이 몰리면서 발행 금액을 목표치보다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결국 현금 상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통시장 수요가 줄면서 미매각 우려도 있고, 신용스프레드도 벌어지고 있어 금리 부담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나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조성해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에 힘을 보태고는 있지만 금리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채안펀드의 혜택을 받은 롯데푸드의 경우 개별민평금리에 30bp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금리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모채로 발행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도 나오는 상황이다.

SK건설은 지난달과 이달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지난 2월 1천억원의 사모채로 선조달한 바 있다.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들은 무리해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 상환을 검토하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회사채 발행시장은 순상환 기조로 바뀌었다.

지난달 순상환 규모는 4천79억원이었고 이번 달 들어서는 5조5천468억원에 달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요건이 덜 까다로운 사모채로 전환하거나 현금이 있으면 상환하고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 시장을 이용하는 등 기업 자금조달 구조상의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미매각을 피하기 위해 스프레드를 벌려서 발행할 수도 있겠지만 자금 여력이 된다면 현금 상환하고 시기를 봐서 추후 발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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