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직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한은은 9일 배포한 유동성 공급 관련 서면 질의답변 자료에서 한국은행법 80조가 회사채 및 기업어음 직매입의 근거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중앙은행 제도의 기본구조와 한은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한은법 제80조의 여신은 '대출'에 한정된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어 "회사채·기업어음 직매입은 실질적으로 신용대출과 같은데, 이를 허용할 경우 은행에 대한 여신(제64조)과 긴급여신(제65조)에도 인정되지 않는 신용대출이 비은행금융기관 등에 대하여 허용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은법 제80조는 은행이 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의 비은행금융기관 등에 대한 긴급여신으로, 이는 제65조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하므로 제80조 여신도 대출로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한은법 65조는 은행에 대한 긴급여신시에도 임시적격성 부여자산의 담보가 필요하며, 여신 형식도 증권담보대출로 한정된다고 규정한다.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증권에도 CP를 포함시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은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위기시에는 기존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이 아니었던 은행채(특수은행채 포함), 특수채 등 신용증권까지 대상증권에 포함시킴으로써 증권사 등 RP매매 대상기관들의 담보여력을 확충하여 유동성 공급 확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CP 등 신용증권까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매입할 수 없는 것은 한국은행법상 증권매매 대상증권에 대해 국채나 정부보증채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성과 유통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중앙은행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발권력을 남용하여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손실위험을 떠안아서는 안된다는 기본원칙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사채와 CP 직매입을 결정할 경우 금융통화위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은은 "금통위원은 한은의 정책결정기구인 금통위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부담한다"며 "민법·상법상 이 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인 경우에 발생하는데 비해 한은법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경감하여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은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통화신용정책 수행과정에서 금통위가 내린 정책적 판단으로 일부 리스크가 유발되더라도 위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회사채·기업어음 직매입이 어려운 것은 한은법상 제한에 따른 것이지 한은법 제25조의 금통위원 손해배상책임 조항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법 25조 1항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한국은행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해당 회의에 출석한 모든 위원은 한국은행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CP 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시장에서 회자되는 4월 위기설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CP시장의 경우 4월 들어 분기말 요인이 소멸된 데다 당행 및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신용경계감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회사채 및 CP 우량물의 경우 시장의 자체 수요, 당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 채안펀드 조성규모(20조원) 등을 감안할 때 차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RP 무제한 매입 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은 차입금리(RP 매각금리)보다 대출금리(RP 매입금리)를 낮게 만드는 것으로,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91일물 RP매입금리가 7일물 RP매각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곤란하며 이는 또 응찰규모를 과다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시장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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