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은행산업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은행에 미칠 부정적인 요인은 유사하게 꼽으면서도 영향의 정도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S&P는 전일 '코로나19 환경 하 한국기업 및 금융기관 신용도 추이 및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 은행업에 대해 신용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무디스가 한국 은행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무디스는 지난달 부산·경남·대구·제주은행 등 4개 지방은행의 신용등급과 기업은행의 독자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P는 한국 은행업의 신용도 부담 요인으로 자산 건전성 악화 가능성과 순이자마진(NIM)의 지속적 하락을 꼽았다. 무디스가 은행의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대출 부실화가 증가할 것이라 우려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S&P는 한국 은행업에 신용도 부담 요인보다 신용도를 뒷받침하는 요인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신용등급 유지의 이유로 완만한 자본 성장에 따른 자본 적정성과 정부의 높은 지원 의지를 꼽았다.

S&P는 한국의 은행업이 홍콩, 대만, 호주, 일본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대손 비용률 영향이 낮은 축에 속할 것이라고 봤다.





S&P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은행들이 부실기업 익스포저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속해왔다고도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신한·우리·하나·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회사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504%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16% 하락한 수치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S&P는 단기외채비율과 외화보유고를 살펴보면 한국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 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92억달러로 외환위기 이전(332억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천12억달러)보다 많다.

같은 기간 단기외채비율은 32.9%로 지난 1996년(211.7%), 2008년(74.0%)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단기외채는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외국채를 의미한다.

이외에도 S&P는 지난달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비롯해 여러 나라와의 통화스와프가 외화조달 측면에서 버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현 S&P 이사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한국 은행업의 자산의 질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국의 은행업은 적절한 자본 버퍼와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기업과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과 유동성 지원을 포함하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원활히 지원할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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