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전채 발행환경이 악화하고 캐피탈사들이 대출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이를 기회로 대출고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에서 제로금리 시대에도 역마진 걱정을 뒤로하고 예·적금금리를 올려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대출 여력 확보를 위해서다.

국내 자산규모 8위권 저축은행 가운데 5곳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보다 예금금리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다.

유진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연 2.15%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인 지난달 16일과 비교했을 때 0.35%p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어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각각 1.7%, 1.8%였던 정기예금금리를 2%까지 끌어올렸다. 페퍼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 16일 대비 0.1%p 예금상품 금리를 올렸다.

웰컴저축은행은 최대 연 5%를 제공하는 '웰뱅하자 정기적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으로 얼어붙은 여전채 발행시장이 꼽힌다.

캐피탈사들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영업을 펼친다. 예금모집을 통해 대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저축은행과 달리 캐피탈사가 대출영업을 하려면 자기자금이나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전채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여전채 발행환경이 나빠졌다. 기업들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여전채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금리싸움으로 협의가 불발되면서 여전채 발행시장은 여전히 온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캐피탈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중소기업 대출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제2금융권 대출을 찾고 있는데, 캐피탈사가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대출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린 탓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경우 최근 여전채시장이 악화하면서 채권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출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업계가 대출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대출 영업자금 마련을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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