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은행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달부터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2분기 내내 추세적인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에 쏠린 은행의 관심은 평소보다 적었다. 기준금리 50bp가 단번에 내려간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열리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별도 회의를 예정한 곳도 없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시장 대다수가 예측한 결과"라며 "추가 인하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당장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리인하 폭에 따른 시뮬레이션도 이미 진행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여부보단 한은이 신용확대 등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을지가 관심"이라며 "모든 대책이 연결돼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은행의 NIM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1~2월 NIM 하락 폭은 2bp 안팎에 불과했다.

문제는 지난달부터다. 한은의 빅컷 효과가 가시화하며 상반기까지 추세적인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이 추산한 1분기 은행의 평균 NIM 하락 폭은 5bp 정도다. 가계 신용대출의 경우 7개월 연속 사상 최저금리를 경신하는 등 악조건이 이어진 영향이다. 2월부터 플러스(+)를 유지하던 예대금리차(NIS)도 마이너스(-) 전환을 눈앞에 뒀다.

여·수신 금리의 하락세가 가파른 만큼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의 몫이다. 그나마 저원가성 수신 비중이 늘어나고 대출 자산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의 총 대출잔액은 1천812조2천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910조9천억원,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3천억원으로 각각 2.5%와 3.7% 늘었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2009년 6월 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대출의 기준을 나이스신용평가 1~3등급으로 통일하는 등 일부 신용 위험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늘어난 대출과 대기성 자금을 중심으로 한 수신 증가세는 NIM을 방어하는 데 긍정적이란 게 은행권의 평가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의 1분기 대출 증가율은 예상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평균 2.5% 수준, 일부 은행의 경우 4%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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