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올해 3월 신흥국·지역의 주식·채권시장에서 역외 자금이 약 100조원가량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리먼 위기 때 유출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문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장의 극단적인 혼란이 멈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이외의 신흥국 가운데서 향후 급격한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국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가 거액의 재정지출과 금리 인하 압박에 시달려 역외 자금이 재차 대거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3월 역외 자금의 신흥국 주식·채권 투자액은 833억달러(약 101조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유출액으로, 지난 2008년 9월 620억달러 유출을 크게 웃돌았다.





신문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도 자금 유출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3월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유출액은 중국(120억달러)을 빼고도 약 400억달러에 이른다.

신문은 리먼 위기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완화적인 금융 환경하에 신흥국 주식·채권을 사들여왔다며, 이번처럼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경우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기 쉬운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신흥국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6일자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 수는 질병 억제와 증상 완화를 위한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신흥국 경제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미국·유럽에 비해 두드러지진 않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의 감염자 수는 3월 중순 이후 급증해 5일 기준 총 1만명을 넘어섰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인도 3개국에서도 감염자 수가 6천명을 넘어 1주일새 2.4배 늘었다.

씨티는 도시봉쇄와 같은 강경 수단이 신흥국에서 "더 강하고 더 오래 유지돼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대응에도 딜레마가 따른다.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선진국과의 금리차 측면에서 신흥국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역외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워진다.

신문은 적극적인 재정 확대도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하는 2천300억링깃(약 64조3천억원) 규모의 추가 경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신문은 유가 하락으로 국영 석유기업의 수익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재정 악화가 겹치면 통화 약세와 자금 유출이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신흥국 '자금 유출 제2탄'을 막을 수 있을지가 세계 경제 방향을 점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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