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실행한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9일 기준금리를 이같이 결정했다. 금리 동결에 조동철, 신인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통화정책 대신 적격담보증권과 환매조건부(RP) 채권 범위를 확대하는 등 추가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 올해 성장률 0%대…코로나19 전개 방향이 변수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빠르고 강한 강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과거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충격의 강도가 더 셀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 경제도 직격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향후 경기 흐름이 코로나19에 달려있다며, 2분기 중에 진정되고 하반기에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되면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대로 가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0%대 성장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진행 양상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일반적인 시나리오보다 악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 금리 인하 대신 RP 채권 확대·직매입…증권사 직접 대출도 논의 중

한은은 0%대 성장률을 전망하면서도 금리 인하 대신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금통위는 적격담보와 RP 대상 채권 범위를 확대하고 이날 오후 국고채 직매입을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할 예정이다.

또,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증권사 직접 대출 방안을 두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일차적으로는 회사채시장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에 대해 한은과 정부 실무자 선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법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신용시장을 지원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각종 기구를 설립해 정부와 협업해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도 CP와 ETF 매입도 가능하다고 밝힌 데 이어 국가별 채권 매입 한도를 없앴다.

일본은행(BOJ)은 ETF 매입 규모를 늘리고 국채 매입도 증액하는 등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0.25%까지 낮췄고 뉴질랜드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75bp 낮춘 후 300억 뉴질랜드달러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 추가 금리 인하 여력 남았다…인하 시기는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이미 실효 하한까지 낮췄다. 연준뿐만 아니라 호주도 0.25%까지 금리를 낮추고 현재가 실질적 하단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한은이 사상 처음 0%대 금리로 접어든 만큼, 실효 하한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난번 기준금리를 비교적 큰 폭으로 낮추면서 당연히 정책 여력은 조금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실효 하한 개념을 생각하면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이 0%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점치는 상황에서도 기준금리 카드 대신 다른 유동성 정책을 통해 대응에 나선 것은 통화정책 카드를 그만큼 아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인 비은행 금융기관의 담보대출 방안 등의 진전 상황 등에 따라 금리 카드를 내놓는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

또, 이 총재가 언급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와 전개 방향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악화할 경우에도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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