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재무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자회사인 두산솔루스를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에 두산솔루스 인수 의사를 전달하고 서울 모처에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은 이미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해 로펌 2곳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두산이 알짜 자회사인 두산솔루스의 잠재적 기업가치를 높게 보고 있어 매각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는 정말 팔기 싫은 계열사 중 하나를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상황"이라며 "벨류에이션과 인수 구조 등을 놓고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스카이레이크 이외에도 국내외 사모펀드들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레이크와의 협상과는 별개로 향후 프라이빗 경쟁입찰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두산 입장에서는 가격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큰 만큼 독자적인 협상 권한을 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사모펀드들이 뛰어들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두산이 보유한 자체 사업 중 잠재력이 큰 사업들을 한 데 모은 '알짜 중의 알짜'로 꼽힌다.

특히,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고된 배터리 음극재 재료인 전지박(동박)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두산에서도 큰 애착을 보이고 있는 계열사다.

두산솔루스의 주가 또한 그룹 내 역할과 비중,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6개월만에 공모가 대비 8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솔루스는 ㈜두산이 13.94%의 보통주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여기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보통주 5.70%)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3.80%)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합산하면 매각이 가능한 지분은 총 50.48% 수준이다.

매각설이 제기된 이후 주가가 더 올라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대상의 지분 가치만 5천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통상 30% 수준인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6천억원 이상의 매각대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최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하고 있던 전지용 동박 제조·판매업체 KCFT가 1조2천억원에 SKC에 팔린 사례도 두산솔루스의 몸 값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KKR은 지난 2018년 초 LS엠트론의 동박ㆍ박막 사업부를 3천억에 인수한 이후 사명을 KCFT로 바꾸고, 이를 2년 만에 4배에 육박하는 가격에 SKC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재인수 여지 등을 열어두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 보다는 사모펀드들을 중심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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