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용경색 고조 등으로 자금조달의 어러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도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무지표 저하를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형자산을 매각한 기업은 총 28개에 달하며, 규모는 1조4천85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17개 기업이 4천306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을 매각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유휴 부동산 정리를 매각 사유로 들었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대표적으로 마곡지구 부지를 매각한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강서구 마곡동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 구역을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8천158억원에 매각했다.

이마트는 2013년 해당 부지를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천400억여원에 매입했다.

당초 이곳에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 등으로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자 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 밖에도 LG하우시스가 지난 2월 울산 사원사택 부동산을 630억원에 매각했다.

기업들이 매각 대상으로 내놓은 부동산까지 거래가 이뤄지면 올해 기업들의 유형자산 매각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송현동 부지는 2008년 대한항공이 2천9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현재 가치가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도 최근 서초구 잠원동 사옥 매각에 나섰다.

이 건물은 현대제철이 지난 2015년 흡수합병한 현대하이스코가 사옥으로 쓰던 건물이다.

현재는 영업인력 재배치에 따라 더는 사용하지 않아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남구 논현동 소재 성암빌딩을 1천600억원을 받고 한양건설에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암빌딩에 입주했던 계열사들이 용산 신사옥에 입주하면서 유휴자산을 처리하는 차원에서 매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한 데 따라 기업들이 유동성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조정되거나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으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진 데 따라 마지막 수단인 자산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나 대출 만기연장 대출지원 등의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 기업들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이런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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