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의 경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행 여건이 까다로운 공모채보다는 사모채로 눈을 돌려 자금을 확보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기업들이지만, 실적 부진과 업황 침체에 대한 우려로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평판 리스크' 훼손을 걱정하는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공모채에 비해 다소 금리 부담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등의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최근까지 사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은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과 호텔롯데, 신세계, 신세계DF, 이랜드리테일 등 주로 조선, 유통업종 기업들이다.

신용등급이 'BBB+'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들어서만 벌써 3번이나 사모채를 발행했다.

지난 2월 300억원씩 두 번을 발행했고, 지난달에는 규모를 키워 1천500억원어치를 찍었다.

신용등급이 'AA'인 호텔롯데는 지난 2월 4천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사모채도 3번이나 발행했다.

사모채 발행 규모는 총 3천억원에 달하는데 올해 들어 사모채를 찍은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지난 2월에 발행한 1천200억원과 3월에 발행한 300억원 어치의 사모채는 만기가 15년에 이른다.

공모채만 줄곧 발행해 온 신세계('AA')는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았지만,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를 발행했다. 창사 이래 22년 만이다.

지난달 1천억원의 사모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했고, 그 중엔 만기 7년짜리도 포함돼 있었다.

7년물의 경우 발행금리가 연 1.967%로 발행 당일 개별민평금리인 연 2.035%보다 6.8bp 낮았다.

신세계그룹 면세 사업자인 신세계DF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사모채를 선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1월에 3년 만기로 1천100억원을 발행했다.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랜드리테일('BBB+')도 사모채를 찍었다.

전일 1년6개월 만기로 3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는데 등급민평금리보다 발행금리를 53bp가량 낮췄다.

지난달 사모채를 하루에 두 번 찍은 곳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이자를 후지급하는 조건으로 640억원, 선지급하는 조건으로 200억원 등 총 84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조선과 유통사들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활발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달 만기가 730일에 이르는 CP를 300억원어치 발행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말 2천400억원(9일 미만)에 이어 이달 2일 700억원(91일) 등 총 3천100억원의 대규모 CP를 찍었고, 호텔롯데도 두 번에 걸쳐 1천750억원(91일)의 CP를 발행했다.

이달 들어서는 신세계조선호텔이 750억원(일부 91일), 현대백화점이 750억원(114~142일), GS리테일이 900억원(190~258일)의 CP를 찍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크레디트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모 발행 여건도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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