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3주 만에 꺼내든 국고채 단순 매입 카드가 종전과 달라진 배경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바뀐 부분에서 정책 의도를 유추해 향후 정책 방향을 그려볼 수 있단 판단에서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일 1조5천억 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 계획을 밝혔다.

규모는 종전과 같았지만, 대상에 변화가 있었다. 지난달에는 지표물을 샀는데 이번에는 비지표물을 매수하고, 잔존만기도 종전보다 긴 종목을 중심으로 대상이 확정됐다.

2031년 12월 만기인 국고채 20년 비지표물(11-7호)을 비롯해 10년(18-10호, 17-7호, 15-8호)과 5년 비지표물(18-1호)이 대상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금리 급등에 대응해 급하게 불을 끄는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선제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유통이 어려운 비지표물을 사주면 PD 등 시장 참가자들이 새로 입찰에 참여할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종전처럼 금리 자체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유동성이 떨어진 부분을 정밀 타격했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기간 프리미엄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3년과 10년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상황인데, 한은이 장기 구간을 사들여 기간 프리미엄 축소를 의도했다는 이야기다.

국고채 3년과 10년 금리 스프레드는 전일 민평기준 45.2bp로, 지난달 9일(23.8bp)보다 20bp 넘게 확대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기간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돼 있다면 장기물 금리가 높아 그쪽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며 "기간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고수익을 찾는 참가자들의 수요가 크레디트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간 프리미엄을 축소하는 등 간접적 경로로 크레디트 시장 지원을 모색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크레디트 시장의 불안은 지난달 말 패닉 수준에서 다소 진정됐지만, 경색 분위기가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런 의도가 있다면 향후 적자국채 발행에도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확대에도 한은의 국고채 매입이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보험사 등의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며 채권 현물 커브가 IRS 커브보다 상대적으로 평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고채 3년과 10년 민평금리 스프레드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4789)]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0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