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항공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이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사의 운항 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항공운임채권 ABS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고,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ABS는 각각 2조1천500억원과 7천700억원 등 3조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남아있는 잔액은 여전히 1조8천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항공 운항 실적을 토대로 한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AB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코로나19로 사실상 운항을 멈춰서면서 ABS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 융통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회수실적은 1년 전보다 무려 68∼8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제2종 수익 가지급 중단 상태에 있는 투자목적회사(SPC)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회수 실적 감소율은 42~99% 수준에 달하며 다수의 SPC가 제2종 수익 가지급 중단 상태에 놓인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제2종 수익 가지급 중단 이후에는 추가 신탁 요청과 제1종 수익 조기지급의 순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통제장치가 작동될 수 있다.

디폴트 상황에 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미리 당겨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ABS의 신용등급을 각각 'A-'와 'BBB'로 강등했다.

한신평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항공 수요의 위축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 항공사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기상환 사태를 막기 위해 추가 자산 신탁 등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공사의 영업 타격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 져 항공기를 운영하면서 지출해야 하는 리스료를 제때 내지 못할 경우 디폴트가 발동돼 전방위적인 조기상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항공사들은 전 세계 181개국에서 한국발 입국 금지에 나서면서 사실상 여객 운송은 멈춘 상태로 그나마 화물운송에 기댄 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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