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삼성증권은 IB부문을 급격히 키우는 과정에서 우발부채(채무보증)가 급증한 점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단기자금 조달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흑자 기조로 장기간 이익의 내부 유보가 이뤄졌고,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보유하는 등 자본 적정성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가 늘어난 점도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기반을 보완해준다.

14일 금융감독원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지난해 우발부채는 3조5천7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2.1%를 차지했다.

자기자본은 4조7천848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대비 우발부채 비율은 과거 2015년 3.2%, 2016년 7.4%였지만 2017년 34.1%, 2018년 51.1%로 급격히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업계에서도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편이지만 2017년 이후 IB를 키우면서 채무보증 규모가 가파르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잉여자본이 감소하는 등 자본완충력이 저하되고 있어 강화된 리스크가 필요하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진단이다.

나신평은 지난달 삼성증권에 대해 "자본적정성 지표는 우수한 수준이나 최근 위험인수 확대로 저하 추세"라고 짚었다.

별도기준 영업용 순자본은 3조1천459억원으로 늘었지만, 총위험액도 2조2천56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별도 기준 잉여자본은 8천897억원으로 과거 1조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채무보증 금액에서 매입확약은 2018년 12월말 1조8천258억원에서 지난해말 3조266억원으로 늘었다. 매입보장 약정은 소폭 감소했다.

올해 들어 파생결합증권(ELS) 헤지 관련 마진콜(증거금 부족)로 단기 자금이 부족한 상황을 겪은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증권은 ELS 잔액이 7조5천억원으로 다른 증권사 대비 많다. 자체 헤지 비중도 80% 이상이라 업계 평균보다 높다.

이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삼성증권은 단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20일 1조5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증액했다.

단기자금 한도를 확보하는 차원의 조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충격이 크지는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각국 주가지수 상승과 스와프레이트 안정으로 상황이 개선됐다.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에 대해 "글로벌 주요 증시가 점차 반등에 성공한다면 2분기 내에는 대부분 조기상환에 성공하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1년 이상 트레이딩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전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회사채와 단기자금 조달금리 상승에 다른 실적 저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증권의 자본적정성, 유동성, 자산건전성 관련 수치를 보면 지난해말 기준 레버리지비율은 754.20으로 2018년말 694.30에 비해 높아졌다.

차입부채 규모는 27조8천73억원으로 2018년 12월말 22조9천958억원보다 늘었다.

잔존만기 3개월이내인 유동성 자산은 25조102억3천400만원이며,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부채는 19조8천989억4천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3개월이내 유동성 부채 대비 자산의 비중인 유동성비율은 125.69%로 2018년말 142.90%보다 낮아졌다. 같은 기간 메리츠증권은 140.80%에서 142.78%로 높아졌고, 미래에셋대우는 135.23%에서 131.9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019년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을 비롯한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회수의문은 6억5천만원, 추정 손실은 176억9천900만원에 그쳤다. 요주의 여신도 18억6천만원 정도다. 추정손실 규모는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적다.

나신평은 "IB영업 과정에서 확대됐던 우발부채는 신규 영업 축소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단기자금 경색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ELS/DLS 헤지 관련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은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IB딜이 줄어들어 위험인수 확대가 줄어들면 그동안 저하됐던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행인 점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운송, 여행, 숙박업 등에서의 회수 위험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중 항공업, 항공기, 해운업, 선박, 해외PF 등의 신용 익스포저가 거의 없다.

나신평도 ▲주요 영업부문에서 공고한 경쟁 지위 확보 ▲풍부한 고객기반 및 다각화된 수익원 유지 ▲보수적인 자산관리에 따른 우수한 자산건전성 ▲삼성그룹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을 평가 근거로 삼았다.

다만 삼성그룹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모기업인 삼성생명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모기업이나 여타 그룹 계열사 간 사업상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아주 높지는 않은 보통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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